올해 하반기 유망 바이오·의료기기 기업이 줄줄이 상장한다.

17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HK이노엔·지아이이노베이션·큐라클·에스디바이오센서 등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은 하반기 증권시장 문을 두드린다. 지난 5월 4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늦어도 이달에는 예비심사 청구 승인이 예상된다. HK이노엔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이다. HK이노엔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예비심사 청구 이후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계획대로 일정이 순항 중이다”라고 했다. HK이노엔의 기업 가치는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HK이노엔은 2018년 한국콜마에 1조3100억원에 인수됐다. 한국콜마와 한 식구가 된 이후 연착륙에 성공한 HK이노엔은 대한민국 30호 신약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을 지난해 허가 받았다. HK이노엔은 의약품과 식품, 화장품 등의 사업을 하며 지난해 기준 59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약 케이캡은 올해 1분기에만 225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국내 수액제 생산 기업 중 하나인 HK이노엔은 지난해 충북 오송에 연간 5500만개(Bag) 규모 수액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증설해, 시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바이오 스타트업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대기업이 아닌 아닌 바이오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조달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는 최근 세 차례에 걸쳐 총 1603억원 규모 프리IPO를 조달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유한양행, 아이마켓코리아에 이어 SK㈜와 제넥신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SI) 450억원과 NH투자증권, 디에스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재무적 투자(FI) 1155억원을 유치하며 보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회사는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 코스닥 시장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 전이다.

2017년 설립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면역항암제 등 신약개발기업으로 시리즈C 단계까지 누적투자금액 900억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투자는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A·B·C 등으로 이어진다. 회사는 하반기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술성평가를 받았다. 올해 2월 전문평가기관 3곳에서 모두 ‘A’를 받아 성장성 특례 뿐 아니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자격요건을 갖췄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 ‘GI-101’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이다. 최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GI-101의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으며, 글로벌 임상에 본격 돌입했다. GI-101은 2019년 중국 심시어(Simcere)에 계약금 600만달러를 포함해 최대 9000억원, GI-301은 지난해 유한양행에 계약금 200억원을 포함해 최대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을 하는 성과를 냈다.

혈관질환 특화 신약개발 회사인 큐라클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IPO에 착수했다. 큐라클의 총 공모주식수는 213만3333주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2만~2만5000원이다. 다음 달 7일~8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 달 13일과 14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기업가치는 약 3341억원으로 예상된다. 상장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회사는 이르면 7월 상장을 예고했다. 아직 매출이 나오는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기술 특례 상장을 추진한다.

큐라클은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 개발에 특화된 ‘SOLVADYS’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당뇨 황반부종 치료제(CU06-RE),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CU01),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CU03) 등 난치성 혈관 내피기능장애 신약을 개발 중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당뇨 황반부종 신약 후보물질은 세계 최초 경구용 치료제로 전 세계 특허권을 획득, FDA로부터 미국 임상 1상 IND 승인을 받아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등으로의 기술이전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대어로 꼽히는 곳 중 진단키트 개발사 에스디바이오센서도 하반기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앞두고 두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하자 실적이 가파르게 호전됐다. 지난해 매출은 1조6862억원으로 2019년 매출(730억원)에 비해 23배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5억원에서 지난해 7383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액 1조1791억원, 영업이익 576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70%를 3개월 만에 달성했다.

다만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낼 지는 미지수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으로 공모가격 인하라는 IPO 승부수를 띄웠다. 회사는 IPO 희망공모 가격을 30% 낮췄다. 애초 희망공모 가격이 6만6000~8만5000원이던 것을 4만5000~5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회사는 이달까지 공모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7월 5~6일 1244만2200주를 공모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공모규모 역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공모가가 떨어지면서 조달 규모가 1조3000억원 이상에서 6400억원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회사와 비교되는 진단키트 대장 기업 씨젠의 주가 부진도 눈여겨 볼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 씨젠은 주가가 최대 16만원까지 급증했다가, 이달 16일 기준 6만3800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속검사 진단키트 수요가 있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외에도 하반기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 치매치료제 개발 업체 아리바이오 등이 하반기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K바이오 기대주들의 상장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K바이오’는 전례 없는 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이 떨어지면서 IPO 후 지난해와 같은 기대심리에 따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기존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 업체들의 신약 개발 속도가 더딘 것도 기대를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바이오 신약 개발 업체들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부진한 임상 등으로 바이오 업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단키트 업체의 경우 코로나19 이후에도 성장 모멘텀이 무엇이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신약 개발 업체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적은 영역에서도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 투자자금을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HK이노엔 등 기술력을 인증받은 바이오 업체들이 상장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 투자심리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것”이라면서도 “바이오 부문 특성상 단기보다는 장기로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