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2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이 지난 3일 오전 9시쯤 ‘코로나 자가검사키트 식약처 조건부 허가 획득’ 보도자료를 냈다가 반나절만인 오후 5시쯤 ‘조건부 허가가 아니라, 모델명 추가를 허가받은 것’이라는 번복 자료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지난 3일 오전 9시쯤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가 지난달 30일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우수한 항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가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며 자사 제품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을 포함한 유통망을 통해 자가검사키트를 빠르게 공급하겠다고 했다.

보도자료 배포 이후 ‘셀트리온 자가검사키트 조건부 허가’ 소식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날 보도자료가 나간 이후 셀트리온이 기존에 승인받은 2곳의 기업 제품과 다른 제품으로 ‘자가검사키트’ 신규 허가를 획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내에 유전자증폭(PCR) 진단키트 개발사는 많지만, 자가검사키트를 개발한 곳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기업은 휴마시스와 에스디바이오센서(SD바이오센서) 단 2곳이다. 자가검사키트는 ‘항원 진단’ 방식으로 검사 15~30분 안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대로 PCR 확인 방식의 ‘진단키트’는 검사 시간이 6시간가량 걸리는 대신 정확도가 높다. ‘진단키트’로 유명한 ‘씨젠’은 PCR 방식의 진단키트 개발 업체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의 주가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부분 재개된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화면에 대표적인 공매도 타깃 종목으로 꼽히는 셀트리온의 주가 그래프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자가검사키트 도입 검토 소식이 발표되면서 이런 기대감은 커졌다. 그런데 이날 오후 5시쯤 셀트리온은 또 다른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제품(디아트러스트)에 대해 셀트리온이 4월 30일 자로 별도 허가를 획득한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휴마시스의 허가에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라는 모델명을 추가해 국내 판매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식약처에서 자사가 개발한 새로운 제품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이미 허가를 받은 휴마시스 제품에 ‘디아트러스트 홈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유통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단 뜻이다. 셀트리온 보도자료 본문은 ‘조건부 허가’에서 ‘모델 추가’로 수정했다. 식약처도 ‘기존에 허가를 받은 휴마시스 제품에 셀트리온 브랜드를 달아서 판매하는 것을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측은 ‘단순 착오를 바로잡은 해프닝’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주식시장 개장 직전 허위 자료를 냈다가 장이 마감하자마자 이를 철회한 자료를 낸 것은 투자자를 속인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식약처 ‘허가’는 의약품·의료기기 개발 과정의 최종 관문으로 통한다. 셀트리온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단 것이다.

셀트리온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재개된 지난 3일 이런 보도자료를 낸 것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 주가는 24만95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6.2% 하락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해 12월 7일 39만6200원에서 이날까지 5개월 동안 37%가 빠졌다. 시장에서는 공매도에 따른 주가 급락을 우려한 셀트리온이 주가 방어를 위해 이런 자료를 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셀트리온이 국내 유통용 진단키트에 대한 ‘라벨 갈이’를 위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것을 놓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식약처는 전 세계에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12월 국내 진단키트의 신속한 수출 통관 작업을 돕는 취지에서 ‘체외진단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진단키트의 모델명 변경·허가를 신속히 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셀트리온이 ‘수출 독려’를 위해 개정한 규정을 활용해, 국내 유통사업 목적으로 모델명을 변경한 셈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정정한 것”이라며 “제품을 개발한 휴마시스와 셀트리온 사이에서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용 브랜드 추가라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국내용 진단키트일 뿐, 더 중요한 것은 (휴마시스가 개발한) 수출용 진단키트가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