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중국과 미국은 라이벌이 아닌 파트너”라며 양국간 관계 안정을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샌프란시스코 회담 당시 합의 진척도에 대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지난 몇달간 양국은 ‘샌프란시스코 비전’ 합의를 이행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을 유지하며 긍정적 진전을 이뤘지만, 한층 더 노력할 여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과 별도로 면담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AFP 연합뉴스

시 주석은 올해가 미·중 수교 45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45년간 양국이 겪은 시련 끝에 얻은 시사점은 말은 신용이 있어야 하고, 행동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 ‘말하는 것과 하는 것이 다르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제창한 상호존중·평화공존·상생협력 세 가지 원칙 역시 과거로부터 얻은 교훈이자 미래를 위한 지침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은 “중미가 대화를 강화하고 (양국간) 차이점을 관리하며, 협력을 촉진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공통된 염원이자 국제사회의 공통된 기대”라며 “나는 지구가 중국과 미국이 함께 발전하고 각각 번영할 수 있을만큼 넓다고 여러 번 말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자신감 있게 개방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기쁘게 바라본다”며 “미국도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중미 관계가 진정으로 안정되고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토니 블링컨(왼쪽 줄 첫번째)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을 만나기 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과 5간 반에 걸쳐 회담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중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으며,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 주임은 대만 문제가 미·중 관계에서 넘지 말아야 할 첫 번째 레드라인(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