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예일, 뉴욕대 등 미국 명문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격화하면서 학생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되고, 일부 학교는 수업을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반(反)유대주의 관련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AP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대는 이번 학기(4월 29일) 수업을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컬럼비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교수들에게 참여를 고려할 것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 로이터

이는 지난 18일 컬럼비아대 캠퍼스 안팎에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한 재학생 108명이 경찰에 연행된 데 따른 조치다.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이날 오전 1시 학생들에게 “증오를 가라앉히고 우리 모두에게 다음 단계를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며 이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이뤄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외부인이 참여하는 등 시위가 변질되자 내놓은 조치다.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학생들이 겁을 먹고 있다”며 뉴욕 경찰국이 컬럼비아대 근처에 장벽을 설치했음을 알렸다. 컬럼비아대는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사람의 교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는 뉴욕대, 예일대, 하버드대 등에서도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뉴욕대 학생과 교수진이 캠퍼스 안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존 베크먼 뉴욕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22일 아침 캠퍼스 안에서 약 50명이 참여한 시위가 시작됐다”며 “시위는 대학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후 뉴욕대는 시위가 열렸던 굴드 플라자 광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장벽을 설치했다. 시위로 인해 수업이 방해받는 것은 물론 뉴욕대와 관계가 없는 외부인이 교내에 들어와 시위에 참여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물론 대학 캠퍼스 안에서 벌어진 시위에 경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크리스토퍼 브라운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는 “캠퍼스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을 파견하기로 한 대통령의 결정은 전례가 없고 부당하며 분열을 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교수진은 ‘학생들에게 손을 떼라’, ‘우리는 학생을 지지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대를 격려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외부인이 참여하면서 시위가 변질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가 체말리 컬럼비아대 국제 및 공공문제 부교수는 “내 아이가 컬럼비아대에 있다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할 것”이라며 “교내의 긴장감 때문만이 아니라 캠퍼스 내 시위가 극단주의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위에 사전 조치를 취하지 못한 대학 총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하다. 이와 관련해 미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은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무정부 상태가 캠퍼스를 휩쓸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 등 일부 대학의 총장들 역시 캠퍼스에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