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코코아 가격이 올해 들어서만 2배 넘게 급등하며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코코아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초콜릿 가격은 수년 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이미 3배 넘게 폭등했는데, 올해 들어서만 2배 이상 상승하며 고공행진 하고 있다.

가나의 한 농장에 있는 코코아 모습. /로이터

3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Bloomberg)는 “코코아 가격 급등은 서아프리카 농장의 공급 부족으로 시작했지만, 기후 변화와 선물 시장의 복잡성도 관련돼 있다”면서 “코코아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하락하더라도 초콜릿 가격은 수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의 약 75%를 담당하는 서아프리카에서 공급이 차질이 생기면서 코코아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 코코아 가격은 장중 톤(t)당 1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미 지난해 3배 이상 폭등한 코코아 가격은 올해 들어서도 2배 넘게 오르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코코아 부족 위기가 나왔던 1977년의 최고치를 넘어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코코아기구는 올해 코코아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37만4000t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코아는 대규모 농장이 아니라 서아프리카의 소규모 농부들에 의해 생산되는데, 이들의 생산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서아프리카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뭄과 폭우가 교차하고, 나무 고령화와 병충해까지 더해지면서 작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엘니뇨가 지난해 12월 서아프리카에 폭우를 유발해 재해에 피해를 줬고, 이후 극심한 더위, 코코아나무의 노화 등으로 생산량이 더욱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는 올해 코코아 생산량 전망을 대폭 낮추고 있다. 가나는 올해 생산량을 85만t에서 65만t으로 하향했고, 코트디부아르는 중간 수확량 전망을 60t에서 40t으로 33% 낮췄다.

이런 상황 때문에 초콜릿 업계에는 비상불이 켜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코아 가격 급등으로 초콜릿 제품의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중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FT에 따르면 영국 소매점에서 올해 부활절 달걀 모양 초콜릿은 가격이 오르거나 용량이 줄었다. 몰티저의 부활절 달걀 초콜릿이 8파운드에서 13파운드가 됐다. 가격은 유지하는 대신 중량을 줄인 제품들도 있다. 테리의 부활절 달걀 초콜릿은 30g 줄었고, 마스 밀크초콜릿은 41g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코아 나무가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금융적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거래자들은 통상 실물 시장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 시장을 이용한다”면서 “코코아 보유자들은 가격이 하락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는 하락(숏)에 베팅하며 만약의 손실을 대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가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선물 베팅을 충당하기 위해 채워야하는 담보 비율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숏 포지션을 잡았던 투자자들은 반대로 움직이는 가격에 거래 증거금이 일정 이상 깎이고, 깎인 만큼의 금액을 채워 넣어야 하는 ‘마진 콜’(margin call·추가증거금 요구)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매도한 선물 계약을 다시 사들여야 하는(환매) 상황에 직면한 투자자들도 있다. 이는 코코아를 더 많이 사야 함을 의미하며 이런 상황이 코코아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국제선물거래소는 일정 기간 코코아 거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런던선물거래소는 올 연말까지 코코아 거래 물량을 5월 인도분 기준 7만5000톤에서 7월 인도분 5만톤, 이후 연말까지 2만5000톤으로 축소해 가기로 결정했다.

BNP파리바는 “코코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일 수 있다”라고 분석하며 초콜릿 제조사 허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허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