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서 여성 임원들이 잇따라 퇴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할 당시 내놓았던 ‘여성의 고위직 승진’ 과제가 무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말 파트너였던 여성 중 약 3분의 2가 현재 회사를 떠났거나 더 이상 임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파트너는 골드만삭스 내 고위직은 일컫는 말이다. WSJ은 “현재 어떤 여성도 골드만삭스 내 주요 사업부를 맡고 있지 않다”면서 “골드만삭스의 임원 8명 중 2명이 여성인데, 이들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직책을 맡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를 떠난 여성 파트너들은 다른 곳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았다고 전했다.

일례로 월가에서 유명한 스테파니 코엔이라는 여성은 2020년 말에 소비자 및 자산 관리 사업 부문의 공동 책임자로 임명돼 골드만삭스 역사상 회사에서 주요 부서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여성 중 한 명이 됐다. 그러나 그녀가 직책을 맡은 후 해당 사업 부문은 고위급으로부터 계속해서 비판을 받았다. 골드만삭스는 해당 사업을 철수하고 있으며 코엔은 지난해 6월 개인적인 이유로 휴가를 냈다. 업계에서는 그녀가 다시 골드만삭스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와 라이벌 관계인 월가의 다른 기업들은 여성의 상황이 더 낫다고 WSJ은 설명했다. WSJ은 “월스트리트에서 여성을 최고 경영진 자리에 앉히는 것을 성공시킨 기업은 몇 안 되지만, 골드만삭스와 유사한 경쟁자들은 진전을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JP모건체이스에서는 제이미 다이몬 CEO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성 2명이 거론되고 있으며 시티그룹의 CEO와 모건스탠리의 CFO는 여성이다.

앞서 지난 2022년 골드만삭스는 사내 성차별적 분위기에 대한 내부 고발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고위 임원의 여성혐오 발언 등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퇴사하는 파트너에게 1200만 달러(약 160억원)를 지급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당시 블룸버그는 “이 파트너는 남성을 우대하고 여성을 차별하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골드만삭스 지도부의 문화를 묘사했다”라고 전했다.

이전에도 골드만삭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전무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던 제이미 피오리 히긴스가 회사의 성차별 문화를 폭로하는 회고록을 내며 골드만삭스는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출산 후 수유실로 향할 때 남성 동료들이 울음소리를 내며 조롱하거나, 책상에 장난감 소를 올려뒀다고 증언했다. 지난해에는 골드만삭스의 전직 여성 임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회사가 합의금 2800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골드만삭스가 업무 평가와 영업 기회에서 남성과 여성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까지 중간 간부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