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 밸리의 극심한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기술(IT)업계의 거물과 벤처 투자가들이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중심가.

실리콘밸리는 애플·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밀집해있는 데다 ‘테크 붐’으로 이들 임직원이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이 치솟았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캠핑카에 거주하며 숙식을 해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문제 해소를 위해 기부를 하거나 임직원용 주택을 지어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는 등 인재 유출 방지에 노력해왔다.

NYT에 따르면, 비즈니스 전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레이드 호프만 공동 창업자 등 미국 IT업계 유명 인사들이 미국 서부의 목초지대에 신도시 건설을 추진 중이다. 투자자 중에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 잡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가 들어설 지역은 샌프란시스코 북동쪽에 위치한 트래비스 공군기지 주변의 공터다. 이곳은 당초 황무지나 다름없는 지역인데다 공군기지 주변이라는 점 때문에 사실상 버려진 땅으로 알려졌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불과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호프만 등 투자자들은 ‘플래너리 어소시에이츠’라는 개발업체를 통해 2017년부터 비밀리에 이 지역 토지를 사들였고, 5년 동안 서울보다 넓은 면적의 공터를 매입했다. 투입한 돈은 8억 달러(약 1조원)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 수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친환경 에너지와 완벽한 공공 교통을 제공해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는 IT업계 노동자들의 주택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이 이 같은 목표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토지를 매입해 중국이 배후에 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주변에 공군기지가 있다는 것도 의혹을 키웠다.

레이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결국 지역 정치인들이 토지 매입자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연방 정부까지 나서게 됐다. 그러자 이들은 최근 신도시 개발계획을 공개하고 주민들과 접촉에 나섰다. 이들은 곧 주민들과 공무원, 트래비스 공군기지와 협력을 시작할 계획이다.

신도시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선 토지 용도를 주택용으로 변경해야 한다. NYT는 캘리포니아의 규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주민 투표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이들이 토지 용도를 변경하고, 신도시 개발에 성공한다면 천문학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 밸리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 캐피털 회장은 2017년 투자 시작 당시 토지용도 변경만 성공해도 초기 투자금의 수 배에 달하는 수익이 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