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에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인한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 로고. /Arm 제공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퀄컴 등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업체들이 이 회사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선 세계 시장 점유율이 95%에 이른다.

FT)에 따르면 장광쥔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급)은 이번 주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서 중국의 대학·연구기관·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중국 과학기술부는 전날 “우리 부처는 ARM과 같은 첨단 기술 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소프트뱅크는 ARM을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다 반독점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자,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ARM의 성공적인 상장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 신은 ARM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을 위한 비공개 등록 절차를 마쳤다고 전했다.

ARM은 상장 전 수익 구조 극대화를 위해 중국 투자자와의 합작법인인 ARM차이나 지분을 정리하려 했으나,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철수 계획에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ARM과 소프트뱅크는 ARM차이나 지분의 양도가 완료됐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당국이 ARM이 중국 사업에서 손 떼는 것을 우려하면서 양도를 확인하는 서류 처리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ARM이 중국 내 사업을 지속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나, 미국과 영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첨단 반도체 설계를 중국에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FT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규합함에 따라 이 같은 제한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