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홋카 인근에 정박 중인 중국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적용했지만, 제재에 ‘구멍’이 뚫려 헐거운 모양새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호주는 5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액을 배럴당 60달러로 정하는 유가 상한제를 시행했다. 참여국들은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해서는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

타스통신은 이날 익명을 요구한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말, 사할린-2 프로젝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해상으로 일본에 운송하는 물량에 대한 가격 상한제 적용을 내년 9월 30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EU도 내년 6월 5일까지 이와 유사한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사할린-2 프로젝트는 일본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일본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9%가량에 해당하는 물량을 이곳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전력을 생산하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할린-2 프로젝트는 주로 LNG에 초점을 두지만, 일정량의 원유도 함께 생산되고 이는 LNG와 함께 수입된다”며 “우리는 이 상황을 설명하고 파트너들에게 이러한 원유 공급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또 다른 극동 에너지 개발 사업인 ‘사할린-1′ 프로젝트에서 생산하는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와 기타 제재에는 동의했다.

해당 관계자는 “원유를 생산하는 데 초점을 둔 사할린-1은 일본이 원유 수입의 96%를 의존하는 중동 이외 지역에서 참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며 “그러나 현재 일본은 사할린-1에서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 까닭에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자체적으로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수입할 수 있는 많은 대체 경로도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에서 러시아의 원유 수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키스탄 경제는 중국 일대일로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해 대외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이 겹치면서 수렁에 빠졌다. 여기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우기에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길 정도로 큰 홍수가 발생하면서 경제가 궤멸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는 지난달 25일 기준 약 한 달 치 수입 비용에 불과한 75억달러(약 9조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상대적으로 값싼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눈을 돌린 것이다.

6일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매체에 따르면, 무사디크 말리크 파키스탄 석유 담당 국무장관은 전날 러시아산 연료 수입 계획을 밝히며 “러시아 정부도 원유는 물론 휘발유와 경유까지 싼 가격에 공급해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표단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직접 방문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던 그는 “러시아의 민영기업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재무부 장관도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는 인도의 예를 들며 “우리도 같은 권리를 갖고 있으며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르 장관은 전날 러시아로부터 45만t의 밀을 수입하는 안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