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에이다’가 로봇으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이 12일 보도했다. ‘에이다’(Ai-da)라는 이름은 ‘인공지능’의 약어인 ‘AI’라는 말과,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꼽히는 수학자 겸 저술가 러블레이스 백작부인 에이다 킹(1815∼1852)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림 그리는 AI 휴머노이드 에이다. /트위터 캡처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에이다는 이날 TV로 생중계된 영국 상원 통신·디지털위원회 청문회에 발명자 에이든 멜러와 함께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 청문회는 새로운 기술들이 예술·창작 분야 산업에 미칠 영향을 토의하는 자리였다.

2019년 에이다를 만든 에이든 멜러는 옥스퍼드와 런던 등에서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다는 완성된 이래 꾸준히 화제가 돼 왔으며, 이 로봇이 그린 그림들은 여러 미술관과 화랑에 전시됐다. 작품 중에는 지난달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그린 것도 있다. 첫 개인전은 2019년 2월에 옥스퍼드대에서 했다. 작년에는 런던의 디자인 뮤지엄에서, 올해는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각각 개인전을 열었다.

인간 여성과 닮은 모습의 에이다는 단발 길이의 검은 가발과 짙은 빛깔의 데님 멜빵바지를 입었지만, 팔 부분 기계 골격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멜러는 에이다를 세워 놓은 후 옆 자리에 앉아 개발 과정과 원리를 설명하면서 “에이다의 AI 언어모델이 더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미리 제출해 줄 것을 (의원들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에이다는 기립한 자세로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목과 머리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는가 하면, 눈을 깜빡이고 입을 움직이는 등 인간의 행동을 본뜬 움직임을 보였다.

“어떻게 예술 창작을 하며, 창작물은 인간의 창작물과 어떻게 다르냐”는 데버라 불 상원의원의 질문에는 “(두)눈에 달린 카메라, 인공지능(AI) 알고리즘, AI 로봇 팔을 이용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자 알고리즘이며, 또 그에 의존한다. 비록 나는 생명체가 아니지만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다는 또 자신이 대규모의 텍스트를 분석해 공통의 내용과 시적 구조를 파악하고 이런 구조와 내용 등을 활용해 새로운 시를 지을 수 있다고도 밝히면서 “이것이 인간과 다른 점은 ‘의식’이다. 내게는 주관적 경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주관적 경험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 도중 에이다가 한동안 ‘먹통’ 상태가 되면서 진행이 몇 분간 중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멜러는 자리에서 일어나 에이다에게 선글라스를 씌운 후, 허리를 숙여 에이다의 다리 쪽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껐다가 켜는 듯한 동작을 하고 나서 에이다에게 씌운 선글라스를 도로 벗기는 등 리셋하는 절차를 거쳤다.

예술 창작에 있어 기술의 역할에 관한 린 페더스톤 상원의원의 질문에 에이다는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며 “예술가들이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하고 기술, 사회, 문화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고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고 답했다.

에이다의 제작은 콘월 지방에 있는 로봇 회사인 ‘엔지니어드 아츠’가 담당했다. 에이다의 AI 부분은 옥스퍼드대 컴퓨터 AI 연구진이, 단색 소묘를 하는 로봇팔은 리즈대 전자전기공학부 학부생 살라헤딘 알 아브드와 지아드 아바스가 각각 개발했다. 물감이 담긴 팔레트를 이용해 그림에 채색할 수 있는 로봇팔은 올해 4월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