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를 중퇴한 30세 청년이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을 매각해 단숨에 억만장자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피그마의 창업자인 딜런 필드(오른쪽)가 지난 7월 아이다호에 있는 선밸리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함께 걷고 있는 인물은 개인정보보호 스타트업 아이언 피쉬 창업자 엘레나 나도린스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의 공동 창업자 딜런 필드다. 이와 관련해 WSJ는 ‘포토샵’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가 피그마를 200억 달러(약 27조7300억원)에 인수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어도비의 주가는 발표 당일 17% 폭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지만, 피그마의 창업자인 필드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브라운대 중퇴생인 필드는 창업 10년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오르게 됐다. 그의 정확한 보유 지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벤처캐피털 등 투자회사와 함께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원룸 아파트에 살았다. 출근길에 1달러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인생의 낙인 평범한 청년이었다. 수줍음이 많아 벤처캐피털 회사가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종종 혼자 술을 마시는 등 매우 내성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드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중퇴 위기에 처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브라운대학 시절부터 꽃피기 시작했다. 대학 3학년 때 억만장자 금융가가 운영하는 펠로우십(장학금)에 지원해 10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대학을 중퇴한 뒤 본격적인 창업의 길에 나섰다.

난폭 운전자를 잡아내는 드론 소프트웨어가 그의 첫 창업 아이템이었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필드는 실패의 경험을 딛고 대학 친구인 에반 월러스와 함께 작업자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디자인할 수 있는 그래픽 편집 플랫폼 피그마를 설립했다. 2012년의 일이다.

피그마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기간을 거치면서 크게 성장했다. 데스크톱이나 앱에서만 작동하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브라우저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시에 작동해 어디서나 작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다. 어도비보다 사용하기도 쉽고 협업을 하기에 수월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피그마는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결국 경쟁업체 어도비가 골칫거리였던 피그마를 인수키로 했다. 어도비는 지난 15일 200억 달러에 피그마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어도비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거래일보다 16.79% 폭락한 309.13달러를 기록했다. 인수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상한가를 치던 2021년이라면 이 같은 인수가를 합리화할 수 있지만 기술주가 급락하고 있는 2022년에 이 같은 인수가는 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필드는 피그마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결국 매각을 선택했다. 뉴욕증시가 베어마켓(하락장)에 진입해 IPO 시장이 얼어붙자 그는 상장이라는 모험보다 매각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