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년간 영국 연방의 수장이자 정신적 지주로 존경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 시각) 96세로 서거하면서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 국왕으로 왕위를 계승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들어간 캐나다의 20달러 지폐들.

영국에서는 여왕 서거일을 포함해 약 12일 간 여왕의 추도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여왕의 장례식이 열릴 18일에는 상점 등이 문을 닫고 10~12일 차는 국경일로 지정돼 금융시장을 비롯해 관공서와 은행 등이 문을 닫는다. 국가 차원의 애도 기간이 끝나면 영국은 화폐와 국가(國歌), 우표, 깃발 등 곳곳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흔적을 찰스 3세의 것으로 교체하게 된다.

영국 본토뿐만이 안니 전 세계 영연방 국가에 흩어진 엘리자베스 2세의 각종 상징물이 모두 교체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총 45개국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을 화폐에 사용하고 있다. 캐나다 일부 지폐와 뉴질랜드 동전, 카리브해 8개국으로 구성된 동카리브해중앙은행(ECCB)이 발행한 모든 화폐에도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들어가 있어 이 역시 차츰 교체될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왕 얼굴이 새겨진 채 유통되는 파운드 화폐가 총 80억 유로(약 110조3000억 원) 규모라면서, 앞서 50파운드짜리 신권 발행 시 구권을 전부 회수하는 데 16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체 화폐를 교체하기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앞으로 발급되는 우표에도 찰스 3세의 얼굴이 들어갈 예정이며, 영국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의 제목과 가사에 포함된 ‘여왕(Queen)’ 표기도 ‘왕(King)’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가장 먼저 교체가 예상되는 상징물은 공공기관 내 깃발이다. 영국 군주가 가는 곳마다 내걸리는 왕실 깃발인 ‘로열 스탠더드’(왕기·Royal Standard)가 가장 먼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4개 직사각형 문양이 합쳐진 형태인 현 로열 스탠더드는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사자 3마리)·스코틀랜드(사자)·아일랜드(하프)의 상징을 각각 담고 있으나 1959년 독자적 국기를 제정한 웨일스는 빠져 있다. 그런데 다음 왕이 웨일스를 포함한 깃발로 다시 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공서 내 깃발에 새겨진 ‘EIIR’(Elizabeth Ⅱ Regina) 표시도 엘리자베스 2세를 상징하는 만큼 해당 표기가 모두 찰스 3세의 표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영국 내에서 모든 지폐와 동전에도 여왕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앞으로는 찰스 3세의 얼굴이 들어가게 된다.

한편 인도 매체 민트는 여왕 서거로 인한 여러 교체 작업에 총 80억 달러(약 11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