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중간선거 전선에 먹구름이 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562조 원 규모의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을 승부수로 띄웠다.

인플레이션으로 악화한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을 쏟아부어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국 주요 대기업과 노동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화상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이날 회의는 오는 6일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한 이후 열렸는데,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압박하려는 여론전으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는 자동차 제조사 GM의 메리 베라 최고경영자(CEO), 전미자동차노조(UAW) 레이 커리 위원장 등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켜 내 책상으로 가져와야 한다”면서 “미국민과 노동자, 기업을 위해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법안은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평가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처하고 ▲약품가격과 에너지 비용을 줄이며 ▲대신 대기업이 연방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 정부는 4300억 달러(562조 4400억 원)에 달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중산층 가정의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미 역사상 기후 변화와 맞서 싸우는 데 있어 가장 큰 투자”라고 말했다.

법안 처리를 위해 이례적으로 주말인 6일 정오에 본회의를 소집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통상 상원에 상정된 법안이 통과되려면 상원 100석 중 60표가 필요한데, 상원 예산위원장은 단순 과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50석씩 차지하고 있지만, 가부 동수일 경우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돼 사실상 민주당 단독 강행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은 민주당 내의 이탈표가 단 한 표도 없어야 가능하다. ‘여당 내 야당’으로 분류되는 조 맨친 상원의원이 법안 발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커스틴 시네마 의원은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어 변수다.

상원이 법안을 처리하면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하원에서 표결을 거쳐 통과시킨 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