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의 화물역 철로 위에 화물열차들이 멈춰 서 있다. /AP=연합뉴스

리투아니아 외무부가 자국을 통한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州)로의 화물운송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13일(현지 시각) 리투아니아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지침 변경에 이같이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가 철도로 리투아니아를 거쳐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화물을 제외한 모든 품목을 운송할 수 있도록 제재 관련 지침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리투아니아는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에 대해서만 운송을 제한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EU의 대(對)러시아 제재 이행의 하나로 지난달 18일 0시부로 러시아 화물이 자국 철로를 경유해 칼리닌그라드주로 운송되는 것을 막았다. 독일의 전신 프로이센의 중심지이기도 한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육로로 분리된 지역으로, 발트해와 리투아니아·폴란드에 둘러싸여 그동안 화물운송 대부분을 리투아니아 철로와 육로에 의존했다. 운송 제한 품목은 석탄, 철강, 건설자재, 첨단공학 제품 등으로 전체 리투아니아 경유 화물의 50%가량 됐다.

옛 소련 구성원이자 러시아가 발트해로 진출하는 길목에 위치한 리투아니아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강경 대응과 제재에 앞장서왔다.

리투아니아가 화물 운송을 막아서자 러시아는 ‘보복’을 거론하며 강력히 항의했다. 구체적으로는 리투아니아 국경과 관련한 러시아-리투아니아 조약 폐지를 거론했다. 리투아니아를 공동 전력네트워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EU가 일보후퇴한 지침을 내놓은 데에는 독일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정부는 리투아니아가 러시아의 역외영토 운송화물에 대해 EU 제재를 특별히 엄격히 적용해 러시아와의 긴장이 위험한 수준으로 고조되는 상황이 야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더구나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이 주둔하고 있어 독일이 무력 분쟁에 연루될 수도 있다.

한편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주 주지사는 EU 집행위의 변경된 지침이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제한이 완전히 해제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