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최대 식량공급회사 중 하나인 MPH가 러시아군의 흑해 봉쇄로 식량 수출이 지연돼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주장했다.

존 리치 MPH 회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와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쳐 곡물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묶인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선 흑해 봉쇄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은 가격이 오르면 농민이 생산을 늘리면서 가격이 내려가는데 지금은 다르다”며 “우리는 지금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인도가 밀 수출을,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며 이런 수출 금지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 생산의 세계화라는 개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리치 회장은 우크라이나는 육로로 수출 경로를 찾고 있지만, 이는 흑해를 통한 수출의 4분의 1만 대체할 수 있으며 이를 늘리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씨 생산의 절반과 밀 생산의 10분의 1, 보리와 유채씨 생산의 5분의 1을 담당하지만,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항구가 막히면서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평년 기준 매월 곡물 500만 톤(t)과 해바라기씨·유채씨 등 기름용 씨앗 70만t을 수출했으나, 흑해 봉쇄로 해운이 막힌 탓에 지난달엔 이들 농산품의 수출량이 100만t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조만간 여름작물의 수확기가 도래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생산된 곡물이 저장고에 보관돼 있지만 이미 수용량을 채워 수확할 작물을 보관할 곳이 부족하다.

리치 회장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농부들은 겨울 작물을 위한 파종을 꺼리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함대가 격침되지 않는 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의 곡물 공급을 위해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14일 독일에서 긴급 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 곡물의 공급로 확보를 위한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도 이번 주말 유엔(UN)에서 세계 식량안보장관회의를 열 계획이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에 묶인 농산물 반출을 위해 “흑해를 통한 해상뿐 아니라 철도와 도로, 항공 등 다양한 수송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