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기업이 다음달부터 채용 공고를 올릴 시 급여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된다. 이를 두고 고용의 다양성이 넓어질 것이라는 입장과 기업에게 부담이 클 것이라는 시각이 대치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영업하는 사업주가 채용 공고를 낼 때 해당 일자리의 급여 범위를 명시하도록 하는 법이 5월 15일에 발효된다. 남녀 급여 격차를 해소하고 급여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된 이 법은 직원이 4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임시직을 채용하는 인력파견업체를 제외하곤 뉴욕시의 거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거리. /조선DB

이에 따라 뉴욕시 소재 사업체들은 이 법령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로펌에 자문하고 있다. 또 각 직급에 따른 급여 범위를 설정하고 기존 직원들에게 이런 급여 수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를 부서장들에게 지도하고 있다.

법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이미 이번 법의 시행을 11월로 연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시의회에 발의된 상황이다. 재계는 노동 수급이 빠듯한 시기 이 법은 잘못된 해결책이며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노동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 같은 법이 구인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이 채용 공고를 보고 자신의 급여와 비교해, 회사에 항의하거나 급여가 더 높은 경쟁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4일 지역 경제 단체인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NYC)’은 이 같은 우려를 뉴욕시의회에 전달하면서 법 시행을 11월1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단체에는 화이자, 메이시스, 유나이티드 항공 등에 더해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기업인 씨티뱅크,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이 포함돼 있다.

원격근로가 보편화한 시대에 특정 시에서만 이 같은 법이 적용되는 것이 적절치 않고,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 법은 2021년 1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처음 시행됐고, 워싱턴주는 내년 1월부터 직원 1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외 다른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법 준수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급여 고개가 고용의 다양성은 보장하되,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급여로 귀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 5개 자치구 상공회의소는 시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번 법률은 흑인과 원주민, 유색인종 등 다양한 조직구성원을 고용할 수 있고 이들에게 이전보다 나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이는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만을 야기하고 고용주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급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