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7개국 2만8000여개에 달하는 ‘스타벅스 제국’을 일군 주역인 하워드 슐츠 명예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17년부터 스타벅스를 이끈 케빈 존슨 CEO가 다음달 4일자로 물러나고 슐츠 명예회장이 임시 CEO를 맡는다고 발표했다. 존슨 CEO는 “1년 전 이사회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즈음 은퇴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8세인 슐츠 명예회장은 1980년대에 스타벅스에 합류해 1980~1990년대 스타벅스의 성장을 이끌었다. 합류 당시 11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 매장을 77개국 2만8000여개까지 늘린 주역이다.

2000년 CEO직에서 물러난 그는 8년 뒤인 2017년 커피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실적이 악화된 스타벅스를 구하기 위해 복귀, 존슨 CEO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다시 회사를 이끌었다. 이번에는 노조 결성 움직임 속에 스타벅스의 경영 상황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물색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 될 전망이다.

스타벅스에서는 지난해 말 뉴욕주 버펄로의 매장에서 첫 노조가 탄생한 데 이어 현재 미 전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소송을 거는 등 노조 결성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슐츠 명예회장은 지난해 첫 노조가 생기기 전 대주주로서 버펄로를 직접 방문해 노조 결정을 추진하는 직원들에게 스타벅스의 창립과 현 운영에 대한 연설을 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에서는 1987년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었다. 슐츠 명예회장은 당시 상황을 저서에서 소개하면서 이를 그다지 반기지 않았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내 리더십 하에서 직원들이 우려하는 바를 내가 잘 듣고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러한 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노조는 필요 없다고 봤다”는 것.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슐츠의 복귀가 노조에 대한 사측의 투쟁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더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측은 임시 CEO로 돌아온 슐츠 명예회장에 “기본급 1달러와 함께 일반적인 직원 복지 정도를 지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슐츠 명예회장은 “스타벅스에 돌아올 계획이 없었지만 회사가 새롭고 신나는 미래를 향해 다시 한번 변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타벅스 측은 지난해부터 CEO 교체 작업을 시작해 왔다면서 올해 가을까지 정식 CEO를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슐츠 명예회장의 복귀를 반겼다. 이날 스타벅스의 주가는 전일대비 5.16% 오른 87.4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크리스토퍼 벙험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소위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 CEO’는 처음으로 CEO를 맡는 사람에 비해 성과가 10% 이상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기본을 강조해온 슐츠 명예회장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슐츠 명예회장은 1953년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트럭 운전과 공장 노동을 하던 아버지와 주부인 어머니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했다. 어릴 때부터 피혁 가공·식당 서빙·바텐더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보조했고, 미식축구에서 실력을 발휘한 덕에 노던미시간대에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지만 이후 운동을 포기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1975년 복사기 판매업체인 제록스에 취직하면서부터. 특유의 헝그리 정신과 도전 의식으로 3년 만에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등극한 그는 1979년에는 하마플라스트라는 가정용품 업체에 당시 연봉 7만5000달러를 받는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와 스타벅스의 첫 만남은 1981년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커피머신을 자주 주문하는 시애틀의 커피 원두 판매업체인 스타벅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커피 사업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그는 1982년 스타벅스에 마케팅 담당 이사로 이직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1983년 이탈리아 출장길에 편안한 분위기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노천 카페들을 본 뒤, 미국에서도 고급스러운 커피 매장을 대중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 커피 원두를 팔 뿐 아니라 고객들이 커피를 매장에서 마실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기존 경영진이 거부하자 스타벅스를 떠나 ‘일 지오날레’라는 커피 전문점을 설립.

이후 1987년 스타벅스가 매물로 나오자 외부 투자를 유치해 스타벅스를 인수하고 일 지오날레와 합병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매장과 차별화된 맛, 마키아토·프라푸치노 등 혁신 제품의 잇단 출시를 통해 고속 성장을 구가했다. 1990년대 중반 연간 40~60%의 초고속 매출 신장을 이뤘고, 1992년에는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