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의 시가총액이 하루 아침에 무려 2300억달러(약 280조원) 증발하며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외신에서는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화에 따라 다른 인터넷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추적에 기반한 개인정보에 기반한 표적 광고 매출에 의존해왔지만, 여기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리면서 새로운 광고모델을 발굴하지 않는한 다른 인터넷 기업 역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기대에 못 미친 실적 발표 이후 2일(현지 시각) 주가가 26.39% 폭락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513억달러(약 302조원) 감소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메타는 현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어닝 쇼크’에 메타플랫폼의 시간외 주가는 85.24달러나 빠지며 26% 넘게 폭락했다. 시총은 기존 액수에서 2513억달러(약 302조원) 증발했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시총 손실액으로는 최대이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32번째로 규모가 큰 오라클의 시총에 맞먹는다.

이는 전일 어닝 서프라이즈로 8% 주가가 급등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에 월가에서는 주가가 뛴 알파벳과, 역대급으로 폭락한 메타의 운명을 가른 것이 애플의 ‘개인정보보호정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타 역시 실적을 발표하며 애플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 기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을 시인했다.

전문가들과 주요 경제방송도 일제히 애플을 메타의 역사적인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MKM파트너스의 로히트 쿨카니 연구원은 “애플의 iOS 변화가 페이스북에서 구글로 소비자들의 이동을 촉발시켰다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방송 CNBC도 “페이스북이 사상 최대의 주가 하락을 겪고 있고, 18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은 동안 구글은 여전히 기록적인 주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 차이점을 만들어낸 것이 애플”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은 지난해 모바일 운영체제(OS)의 개인정보보호 설정을 크게 변경해 아이폰 사용자들이 광고주가 이를 추적할 수 있는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애플이 이 기능을 도입한 이후 대다수의 아이폰 사용자들은 추적 차단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소비자들이 광고주들이 원하는 개인정보 추적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주요 수익원의 하나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기 위해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해왔는데 애플의 조치로 광고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그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이용자보다 모바일 광고를 통해 더 많은 지출을 하므로 애플의 새 정책은 메타에 더욱 뼈아프다.

메타의 추락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인터넷 기업들 역시 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실제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스냅 역시 17% 수준의 주가하락을 기록했으며 트위터와 핀터레스트의 주가도 메타 실적 발표 이후 한때 연쇄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미디어 전략가로 널리 알려진 에릭 서퍼트는 NYT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더이상 광고의 표적이 되고 싶지 않아한다”며 “단순히 광고 모델을 조금 수정한다고 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에 의존하는)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