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메타(옛 페이스북)를 비롯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신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월가의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건 이 기업들보다는 최근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이다.

애플의 경우 메타, 구글, MS 등이 적극적으로 메타버스를 신사업 기조로 내세우는 것과 달리 비교적 말을 아끼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제품 출시를 언급한 적도 없지만 가장 큰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메타버스와 관련한 하드웨어, 콘텐츠 사업이 대중화되는 데에 애플이 가장 결정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 뉴욕에 있는 애플 스토어의 모습. /AFP=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월스리트저널(WSJ)은 최근 애플의 주가 상승에 대해 “투자자들과 분석가은 애플이 메타버스를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어떻게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으며, 이는 최근 몇달간 애플 주가 상승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시총 3조달러를 넘기는데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매타버스는 초월(Meta)과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연계된 가상세계라는 뜻입니다.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흔히 가상세계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지만 ICT 기술을 활용해 지금은 가상세계와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월가의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알려진 케이티 휴버티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애플이 다양한 스타트업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관련 기술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에 진입할 때 대중적으로 AR, VR가 채택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애플의 제품 출시가 소비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크게 평가했다.

다만 애플은 아직 구체적인 메타버스 관련 사업 계획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업계에서는 애플의 기술 개발 그룹에서 수년간 프로토타이핑한 AR, VR 관련 기술을 활용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이 올해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헤드셋의 코드명은 ‘N301′로 배터리를 통해 작동하는 독립형 장치이며, M1 맥 프로세서를 뛰어넘는 칩과 디스플레이·센서, 아바타 기능 등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워치, 아이폰, 맥북 등 애플 제품 특성상 기존 제품과 연계된 통합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이폰을 선보이며 오픈 앱마켓을 본격화하고, 애플워치를 통해 헬스케어 등 다른 분야와의 접목이 본격화된 만큼 MR 헤드셋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외신과 투자자들은 애플이 2022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N301을 공개하고 AR 및 VR 앱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는 “애플이 2022년 말 MR 헤드셋, 2023년엔 스마트 글래스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며 “신형 헤드셋에는 애플이 독자 개발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것이 거의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VR기기가 사용성 측면에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애플은 더 사용자 친화적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편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최근 투자자들에 “애플이 2030년까지 증강현실 기기 2200만대를 출하할 수 있어 수익이 4% 증가할 수 있으며 2040년까지 확장현실 기기가 전체 수익의 2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리포트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