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처음으로 한반도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는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미 의회가 이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게 될지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비핵화, 인권 개선 등 북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6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은 한국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북한과 중국에 주는 선물”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과 보조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 상원에서 한국전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그것도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위원회의 공화당 대표를 통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 하원에서는 영 김 하원의원 주도로 30여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정권의 비핵화 약속이 빠진 일방적인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하원 외교위 공화당 서열 2위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도 4일 VOA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문 정부가 제안한 종전선언에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며 종전선언은 “(북한의) 인권 개선과 비핵화를 효과적으로 분리하면서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이 2020년 9월 24일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 의회 내에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늘면서 오는 3월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지 주목된다. 그간 전직 실무자들은 종전선언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해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달 25일 VOA와 인터뷰에서 “(문 정부가) 종전선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오늘날 북한은 분명히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와 비슷한 기간 한국에서 근무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도 4일 워싱턴타임스재단 주최로 열린 웨비나에 참석해 “‘선언 다음 날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를 자문해봐야 한다”며 “나는 항상 종전선언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것은 정전협정이라 불리고, 수십 년간 잘 작동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희생하면서까지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한·미 연합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 /미 국방부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출범 초기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겠다고 공언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부터 비어 있던 북한인권특사직을 채우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인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 6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인권특사를 반드시 임명할 것”이지만 “인사 검증 과정이 예전보다 복잡해져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주한 미국 대사 자리도 1년째 공석이다. 이는 일본, 중국 등 40개국 대사의 인준 절차가 거의 막바지에 달한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대응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과 관련해서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시각을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간 북한의 행동 패턴을 보면 침묵은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북한은 실제로 5일 오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쐈다. 지난해 10월 19일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잠수함을 통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 지 78일만이었다. 다만 미 국무부는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AP는 이번 발사를 “당분간은 비핵화 협상 복귀에 관심이 없고, 무기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북한의 신호”로 분석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조건 없이 북한과 핵 관련 외교를 재개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반복해 왔으나, 북한은 ‘미국의 적의가 변하지 않았다’며 이런 접근을 묵살해왔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북한에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를 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로써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미국이 적대 정책을 유지하는 한 제안은 시기상조라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