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상승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내년에 금리 인상을 예고한 데 따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금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바. /로이터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거래가 가장 활발한 금 선물 가격은 올 들어 4.3% 떨어진 트로이온스(31.1g)당 1814.10달러 선까지 밀렸다. 지난해 8월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때 2050달러까지 상승한 금값은 이후 12%가량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로 5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으나, 연준이 이달 중순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말을 버릴 때가 됐다”며 대응책을 발표한 후 현재까지 180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통상 금은 ‘안전 자산’이라는 인식에 따라 주식과 물가 변동에 대한 대표적 헷지(회피) 수단으로 꼽혀왔다. 반면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WSJ은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새로운 헤지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인식이 금에 대한 투자를 분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금값 하락에 광산주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차트 분석업체 데일리FX의 크리스 베키오 수석전략가는 “서류상으로는 어느 때보다 금값이 강세를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7년 만에 가낭 낮은 가격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비록 지속적인 변동성 리스크를 갖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추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의 금 비율을 5%에서 3%로 줄이는 대신 2%를 암호화폐에 할당하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하락이 새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 매입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디지털 자산운용사 윌셔 피닉스의 웨이드 겐터도 WSJ에 “금리 인상이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면 미국 이외 지역 투자자들의 금 매입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금값 약세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새해에는 금 가격이 1700달러~1775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