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가 15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첫 번째 연방 의회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경제적 교류와 인권 문제를 별개로 대응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을 천명했다.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인권 침해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서 중국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90분에 걸친 취임 연설에서 “새 정부는 중국의 인권 침해에 눈을 감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대중국 정책은 (이념을 떠나)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고 경험한 중국에 맞춰져야 한다”며 실용주의에 근거한 접근법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인권 유린이 국제 무대에서 현재 이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바꾸지는 못한다”면서 “독일은 군비 통제 문제를 비롯해 기후 변화 대응, 코로나19 방역 등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숄츠 총리 취임 후 독일과 중국이 앙겔라 메르켈 시대와 같은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권과 기후변화 대응을 제1 가치로 내건 녹색당 소속 안나레나 배어복 신임 외무장관은 최근 독일 타게스차이퉁과 인터뷰에서 중국을 ‘민주주의 연대에 맞선 경쟁국가’로 지칭하며 “메르켈 전 총리가 추구하던 길을 계속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숄츠의 연설은 지난 13일 중국 국유기업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2년 전부터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그룹의 최대 주주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보도된 직후 나왔다. BAIC는 2019년 7월부터 다임러 주식을 사들였으며 현재 보유 지분율은 9.98%다. 그동안 다임러 최대주주로 알려졌던 중국 지리자동차의 지분율 9.69%를 합하면 독일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다임러의 지분 20% 가량을 중국 자본이 가진 셈이다.

중국이 다임러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메르켈 내각에 이어 숄츠 연립정부와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취임 1주일을 맞은 숄츠 총리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갑자기 지분을 공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금융법상 10% 미만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보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다임러 측은 “화물차 부문 분사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