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보급과 함께 ‘탈(脫) 팬데믹’ 흐름이 강해진 미국, 유럽과 달리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완전한 방역 규제 완화에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과 아시아 국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방향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9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서구권과는 다른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처럼 여전히 강력한 규제를 보이는 국가가 많은 건 아니지만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경제를 이끄는 주요 국가들 역시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행정 규제와 씨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이 서구권 국가들과 아시아의 경제적 성과의 차이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싱가포르 주민들이 코로나19 신속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FT는 싱가포르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른 시기부터 백신을 확보하며 현재는 국민 백신 접종률이 85%에 달한 상황에서도 싱가포르는 여전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같은 가정이 아닌 경우 모음 역시 2인으로 제한되고 있다. 심지어 식당에서는 큰 소리의 대화를 막기 위해 조용한 음악만 틀게 하는 규제도 있을 정도다.

한국과 일본 역시 위드 코로나를 요구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서서히 일상 복귀를 시작하고 있지만, 서구권에 비해 아직 방역 수칙이 까다롭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FT는 “위드 코로나로 완전한 개방 대신 백신접종과 마스크 착용, 일정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는 것이 서구권에 비해 경제회복을 느리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주요 선진국 위드 코로나 정책현황과 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미국, 독일, 영국 등 7개국을 분석한 결과 경제적으로 위드 코로나가 경제주체의 이동성을 크게 높이고 소비 회복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 정책은 코로나19에 대한 경제주체의 민감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역조치 강도(0~100)가 10포인트 낮아지면 음식점·여가시설 방문자가 약 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요 선진국은 감염병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방역 기조를 전환한 결과, 경제주체의 이동성을 강화시키고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각국 소비 회복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위드 코로나 추진 이후 각국의 치명률은 공통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지만, 확진자 수는 방역조치의 강도나 인구 밀도 등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으로는 위드 코로나가 경제주체의 이동성을 크게 높이고 소비 회복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방역과 관련한 확진자수 폭증 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