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49) 부회장이 24일(현지시각) 기소연기에 합의했다.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중인 멍 부회장은 곧 풀려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여러 전선에 걸쳐 첨예하게 맞선 미중 갈등이 이번 합의를 통해 해소 계기를 찾을지도 주목된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그룹의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이 지난 8월 18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대법원에서 미국으로의 신병 인도 여부를 둘러싼 최종 심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멍 부회장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로 멍 부회장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을 무마하는 기소연기 합의(DPA)에 도달했다.

이 합의에 따라 미 법무부는 피고인이 특정한 합의 조건을 지키는 한 일정 기간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자제하게 된다. 멍 부회장이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경우 그에 대한 사기 등 형사고발은 2022년 12월 1일 기각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뉴욕시 브루클린 연방지검은 이날 오후 멍 부회장 사건을 담당하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기소연기 합의서를 제출했다. 합의에 따라 멍 부회장은 이날 원격 화상회의 방식으로 법정에 출석해 화웨이의 이란 사업에 관해 HSBC 은행에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멍 부회장이 유죄를 인정한 것까지는 아니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기소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기소연기 합의에 따라 밴쿠버에서 진행 중인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 재판은 곧 기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멍 부회장의 석방은 지난 2018년 1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미 검찰은 2019년 1월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멍 부회장을 기소하고 캐나다로부터 멍 부회장의 범죄인 인도를 추진했다.

그러나 멍 부회장은 캐나다 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막아달라고 소송을 냈고, 이후 밴쿠버 자택에만 머무르는 조건으로 보석 허가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첨단기술 등을 둘러싼 무역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멍 부회장의 체포는 이후 다방면으로 확전된 미중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 부회장은 회사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의 딸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 법무부와 멍 부회장의 이번 합의는 한껏 고조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그 과정에 개입한 캐나다도 홍역을 치렀다. 중국이 보복성 조치로 대북 사업가 등 캐나다인 2명을 체포한 것이다.

멍 부회장 석방에 따라 중국에서 구금 중인 캐나다인들이 풀려날 경우 최근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정치적 입지를 상당 부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