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20주기를 앞두고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20주기를 앞두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911 테러 공격이 발생한 2011년 9월 11일, 뉴욕 시민들이 화염에 휩싸인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현지 시각) 뉴욕 그라운드제로와 워싱턴 인근 국방부,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등 9·11테러와 관련된 장소 세 곳을 모두 방문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빌어 아프간 철군 결정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1일 대국민연설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아프간에서 거둬들인 시선이 중국을 향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오는 14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첫 공청회를 열 예정이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뉴욕 현지에서는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있지만, 20년전 비극은 아직 ‘진행형’이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뉴욕시 검시관실은 지난 7일 1646번째와 1647번째 유해의 신원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1106명의 신원을 찾지 못했다.

뉴욕시 검시관실은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실종자를 남긴 9·11 테러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지난 20년간 계속해왔다.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뼛조각 등 부분 유해 2만2000여 개에서 DNA를 뽑아낸 뒤 희생자 신원과 대조하는 방식이다.

테러 당시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화재와 열, 화학물질 등 때문에 유해 신원 확인은 쉽지 않다. 건물 잔해에 오랫동안 깔려있었던 만큼 유해에서 추출할 수 있는 DNA의 양도 적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05년 뉴욕시 검시관실은 신원 확인이 계속 되지 않자 확인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일부 유족에게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DNA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해 확인 수가 늘어나 최근까지 작업이 계속될 수 있었다.

이번에 검시관실이 모건씨 어머니 등 희생자 2명의 신원을 확인한 것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도입한 덕분이다. AP 통신은 “인간의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누고 각각의 염기서열을 조합한 뒤 해독하는 신기술로, 유전자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낼 수 있다”며 “미 국방부도 6·25 전쟁 때 사망한 미군의 유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검시관실은 희생자 신원이 확인될 경우 해당 유해들을 가족들에게 인계한다. 하지만 2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유해 확인 소식을 접한 니키아 모건(44)씨는 아직 어머니의 유해를 받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주(州) 롱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모건은 NYT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진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예전의 상처가 다시 열리면서 20년 전 그때를 다시 한번 겪는 것 같다”고 했다. 모건의 어머니 도로시 모건은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타워 94층에 있는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 9·11 테러 당시 실종됐다

유족들이 유해 인계를 거절할 경우 WTC 건물이 붕괴된 위치인 ‘그라운드 제로’에 있는 유해 보관소에 계속 보관된다. 유해 보관소엔 신원 확인이 안 된 희생자 1106명의 부분 유해 1만2000점도 함께 안치돼 있다.

한편 7일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의 ‘캠프 저스티스’ 법정에서 약 18개월 만에 재개된 9·11 테러 용의자 5명에 대한 심리는 여전히 공전(空轉)했다. 법정에는 희생자의 유가족들도 있었지만, 테러 설계자로 알려진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는 미소를 지으며 등장했다. 휴식 시간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한 예술가가 9·11 테러 20주기를 앞두고 당시 희생된 승무원의 모습을 분필로 그리고 있다.

이들은 2002~2003년 체포돼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에 이송됐고, 지금까지 정식 재판을 열지 못한 채 40차례 이상의 공판 전 심리만 반복하고 있다. 모하메드는 9·11 테러는 물론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사건 등의 혐의를 인정했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의 고문에 따른 자백이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