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6개월 동안 군경에 살해 당한 시민이 940명을 넘어섰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 통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인권 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의 발표 내용을 인용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또 다른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군경에 의해 사망한 시민 900여 명 중 약 75명은 어린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과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정치인들을 대거 구금하고 저항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해왔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9일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저항의 표시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HRW는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을 구금해 고문과 성폭행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엔, EU(유럽연합),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공조해 미얀마 군부에 무기 금수와 자금줄 차단 등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2일 미얀마 군부와 저항 세력 간의 대화를 중재하고 폭력 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특사 지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유혈 진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했을 뿐 국제 규범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시민 숫자도 인권 단체에 의해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얀마 시민들의 반(反)군부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저항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달 30일 미얀마 2대 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대학생들이 군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곳곳에서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학생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빨간색과 녹색 깃발을 흔들면서 군부와의 어떤 협상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로이터통신은 군부 통제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이 극심한 코로나 공포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앞으로 2주 안에 인구 절반이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 대사는 지난달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얀마 코로나 사태가 제대로 통제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향후 2주 안에 미얀마 인구(5400만명)의 절반이 코로나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