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를 선보이며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신선한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효용성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각종 오류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페퍼를 임대했던 업체들은 머지않아 페퍼를 다시 소프트뱅크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13일(현지 시각) 월스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페퍼에 대한 임대를 종료하고 제품을 다시 소프트뱅크로 돌려보내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장례식장, 야구경기장, 백화점, 호텔 등 다양한 업종에 도입됐던 페퍼는 유용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다시 사람이 그 자리를 되찾았다고 WSJ는 덧붙였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가 호텔에서 주어진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 /소프트뱅크

페퍼가 사실상 폐기 처분된 이유는 각종 오류를 비롯해 일본 각지에서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본 요양원에 도입된 로봇의 경우 제한적인 기능과 잦은 오류로 인해 많은 불편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후루타 타카유키 지바 공과대학 교수는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페퍼로부터 인간의 지능을 기대하지만 기술 수준은 전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마치 장난감 자동차와 실제 자동차의 차이와 마찬가지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수요가 줄자 소프트뱅크 로봇 부문은 지난해 8월부터 로봇 페퍼 생산을 사실상 중단했다. 회사 측은 새로운 장비에 대한 수요가 적어 로봇 재고가 충분하다고 생산 중단 이유를 설명했지만,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페퍼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나치게 단순한 업무만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WSJ는 분석했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로 등재된 일본의 ‘헨나 호텔’은 2019년 설치했던 243대 로봇 중 절반 이상을 사람으로 교체했다.

이 호텔은 당초 로봇을 고용해 고객 짐 보관, 칵테일 제조, 객실 청소 등을 맡겼으나 점차 문제가 복잡해졌다. 로봇이 한밤 중에 손님 코골이에 오작동하거나, 손님 요청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면 손님들이 ‘사람’ 종업원을 다시 불러 일이 오히려 늘었다.

기술적 문제로 인한 위험성도 컸다. 일본의 한 장례업체는 추모객들에게 경전과 추도사를 읽어주는 역할을 맡기기 위해 소프트뱅크에 로봇을 임대했지만, 연습 과정에서 계속 오류를 일으키며 결국 취소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서비스에 로봇을 사용한다면 큰 재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