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 5세대 제품에 대만산 부품을 늘리고 한국, 일본산 부품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은 현재 한국이 아이패드 디스플레이 부품의 대부분을 공급해왔지만 앞으로는 대만 부품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만큼 대만이 한국산 부품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닛케이아시아는 리서치 회사인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스의 자료를 인용해 애플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의 생산원가에서 한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 세대 제품(44%)에서 38.6%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반면 대만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서 18.5%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은 16.8%, 중국은 7.5%를 차지했다. 일본의 경우 8.9%에서 2.8%로 급락하면서 기존 3위에서 5위로 밀려나게 됐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5세대. /SKT 제공

포말하우트가 아이패드 프로를 분해한 결과 액정표시장치(LCD)는 기존의 LG디스플레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칩은 SK하이닉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LCD 부품의 추정 가격은 100달러 이상이며 D램, 낸드플래시는 최소 40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 두 회사의 부품만으로도 전체 생산단가인 510달러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대만의 경우 LCD 백라이트 시스템을 가동하는 LED 칩 공급업체인 엔노스타(Ennostar)가 한 자리를 꿰차면서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닛케이는 분석했다. 해당 백라이트 부품은 약 90달러 수준의 가격대로 추정된다. 닛케이는 대만산 부품의 비중이 18.5%까지 치솟는데 엔노스타의 디스플레이 칩 탑재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봤다.

닛케이는 애플과 대만의 부품 수급 파트너십이 더 탄탄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플래그십 제품 생산 과정에서 중국 비중을 줄이기 위해 대만, 베트남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애플이 대만에 100억 대만달러(약 4097억원)를 투자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할 미니 LED와 마이크로 LED 공장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대만 주커 소재 룽탄파크에 공장을 짓게 되며 대만 에피스타, AUO와 협력해 향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대만 주커관리국에 따르면 이미 애플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이 당국의 승인을 얻었다. 관련 자료가 등록됐지만 비공개 상태다. 애플은 초기에 수십억 대만달러를 투자한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과 생산시설을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이처럼 대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의 가장 큰 목표는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에 아이패드, 아이폰 등 플래그십 제품의 생산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공급사 간의 경쟁을 부추겨 최종 단가를 낮추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