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맞서 미 달러화 보유 자산을 완전히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 재무부는 3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국부펀드(NWF)가 보유 중인 달러화 자산을 처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NWF는 석유 판매대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삼는다. 이 펀드가 현재 보유 중인 1860억 달러(약 207조 7400억원) 규모의 자산 가운데 달러화 자산 비율은 35%에 달한다.

러시아 재무부는 달러화 자산을 ‘0′으로 축소하는 대신 유로화와 위안화, 엔화 표시 자산을 비롯해 금 보유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NWF는 중앙은행처럼 달러 자산을 줄이겠다”면서 “한 달 안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포럼에 참석한 알렉산드로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탈(脫) 달러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이 이러한 상황(러시아 제재)을 계속 만들면 우리에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압박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 러시아 제재를 지속할 경우 달러 표시 원유 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실제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는 지난 1일 미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탈 달러화에 대해 “외환 위험 관리 측면에서 볼 때 폭넓은 정책의 일부”라고 표현해 화제가 됐다. 특히 해당 발언은 나비울리나 총재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지속적 위험'으로 지칭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에 제재 완화를 요청하는 일종의 ‘정치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실제 러시아 정부가 달러화 자산 축소를 경고한 이날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는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라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