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엔을 넘어서면서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의 개입 경계선을 달러당 155엔으로 제시해 왔고,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엔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경우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 시각) “일본 정부의 개입 위험은 엔화 수준에 관계없이 여전히 높다”고 봤다. 시장은 일본은행이 25~26일 가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어떤 통화정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엔화는 24일 기준, 달러당 155.37엔으로 전날보다 0.4% 하락했다. 1990년 6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 달러 대비 155엔을 넘어섰다. 한국 시각으로 25일 오전 7시 30분 기준, 엔화는 달러당 155.21엔에 거래됐다.

일본 엔화. / 로이터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2일까지만 해도 140엔대였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습에 대응했다는 보도가 나온 19일, 달러당 153엔대로 내려가며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러다 중동 지역의 위기론이 가라앉으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엔화는 올해 들어서만 약 9% 하락했다. 지난 1년 동안 계산하면 달러당 약 20엔 떨어졌다. 일본은행이 지난 3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제로 금리 정책을 폐기했음에도 주요 10개국 중 최악의 성과를 낸 통화로 기록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필요할 경우 엔화 약세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일본 자민당의 가타야마 사쓰키 참의원은 23일 로이터통신으로부터 ‘엔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당국이 통화 개입을 할 시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일본이 지금 조치를 취한다면 어떤 비판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엔/달러 환율이 올해 초 140엔 수준에서 155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과도한 변동성”이라고 말했다. 카타야마 참의원은 재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일본 당국이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만, 환율 개입의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적의 시기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시장은 25~26일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주목한다. 물론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에서는 통화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적으로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4월 15일 발표된 월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2%는 다음 금리 인상이 10월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응답자의 18%는 금리 인상 시점을 9월로 봤다. 4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견해는 2%에 불과했다. 실제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3일 일본 의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보다 약간 낮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유보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한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이 시장의 의견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놀라운 금리 인상은 정부의 시장 개입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라며 “물론 이 가능성은 낮지만, 폭락한 통화를 안정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금리 인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은 “우에다 총재가 엔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러 번 밝혔지만, 금융정책결정회의와 함께 관계자들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많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일본은행이 물가 전망의 상향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23일 “한미일 3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과도한 엔화 움직임에 맞서 일본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개입 가능성과 관련해 가장 강력한 발언을 내놓았다. 한미일 3국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3개국 재무장관 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면서 “우리는 기존 주요 20개국(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즈키 재무장관은 지난달 20일에도 “어떤 조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 변동과 관련해 단단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