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를 다투는 스포츠업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상반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아디다스는 위기에서 벗어나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돈 반면 나이키는 브랜드 설립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전망도 기대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아디다스는 지난달 2023년 실적 발표에서 5800만 유로(약 835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암울한 실적을 내놓았으나, 올해 1분기 매출에서 반전을 보여줬다. 스포츠웨어 회사들은 올해 주목받고 있는 파리올림픽과 유로 24, 코파 아메리카 등 대규모 이벤트와 파트너십으로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는데, 아디다스가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을지와 나이키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나이키 운동화. /연합뉴스

◇카니예로 타격 입은 아디다스, 악성재고 아울렛으로 적극 처분해 위기 극복

17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올해 영업 이익 예상치를 당초 5억유로에서 7억유로(1조원)로 대폭 올렸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서 아디다스는 주가가 8% 급등한 219유로(32만2700원)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디다스는 또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한 54억6000만 유로(8조원), 영업 이익 3억3600만유로(4950억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1억 4300만 유로의 영업 이익을 예상해왔다. 전년 동기의 영업 이익은 6000만 유로(884억원) 에 불과했다.

투자업계에서 아디다스는 악성 재고로 인해 실적 기대감이 없었다. 지난해 초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래퍼로 알려전 예(전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한 시그니쳐 브랜드 ‘이지(Yeezy)’의 판매 급감 때문이다. 예는 “유대인들에 대해 ‘데스콘 3(Deathcon 3)’를 발동할 것”이라는 막말을 일삼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에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과 유대인 혐오를 드러내면서 대중의 질타를 받았고 아디다스도 10년 가까이 이어오던 예와의 협업을 종료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디다스와 예의 협업이 중단되면서, 이로 인한 손해가 지난해 적자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제는 이지와 협업한 제품의 재고 처리였다. 아디다스는 결국 지난해 아울렛 매장 등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이지 제품의 재고를 저렴한 가격에 팔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이지 판매로만 7억5000만 유로(약 1조16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억 유로(약 4325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이 중 1억4000만 유로(약 2018억원)는 반유대주의‧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호실적은 이처럼 예와의 관계를 청산한 후 이지 브랜드 재고를 적극적으로 매각해온 결과다. 아디다스는 올해 남은 기간에 나머지 이지 재고를 판매하면 약 2억 유로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더군다나 아디다스는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휩쓴 자사의 운동화 모델 ‘삼바’ 열풍을 활용해 기본 디자인에 스웨이드 등 다른 소재나 변형을 준 삼바 운동화를 내놓으면서 올해까지도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UBS는 지난 해 부진했던 이지 제품의 기본 매출 성장으로 아디다스의 가속 모멘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비요른 굴덴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하반기에는 성장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독일 축구공과 유니폼. /연합뉴스

◇새상품 없고 혁신 없다 지적받는 나이키, 원인은 재택근무?

반면 아디다스와 세계 스포츠 브랜드 호각을 다투는 나이키의 주가는 2년 연속 하락 중이다. 2021년 주가가 177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 주가를 기록했던 나이키는 18일 기준 94.97달러를 기록하며 반토막이 됐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약 1300억달러(173조원)의 자본이 증발한 셈이다. 나이키는 보잉, 인텔 등과 함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속한 종목 중 올 1분기 가장 실적이 좋지 않았던 종목으로 꼽혔다.

나이키는 지난달 21일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에서 암울한 하반기 매출 전망을 내놓았다. 매트 프렌드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는 6월 시작되는 하반기(2025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이 한자리수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 감소를 미리 예고한 셈인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나이키에 2025회계연도에서 1분기 4%, 2분기 6%로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나이키의 부진은 신제품 및 혁신 부족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나이키는 여전히 에어포스1과 같은 과거 모델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비판했는데, 혁신적인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지적했으며 로렌 허친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에게 “나이키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판매를 촉진할 만한 신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혁신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지적에 존 도나호 최고경영자(CEO)는 그 원인을 직원들의 재택 근무로 꼽았다. CNBC에 따르면 도나호 CEO는 “시장에서 나이키에 바라는 신선한 제품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이키 직원들이 2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줌(Zoom)을 통해 업무하고 회의하면서 대담하고 파괴적인 혁신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나이키 팀들은 반년 전부터 혁신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데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키는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지난해 말 비용절감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향후 3년 동안 2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총 인력의 2%, 최소 1500명 이상의 인원 감축도 발표했다. 도나호 CEO는 “나이키는 아직까지도 점유율을 지키고 있고 여전히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지배적인 세력”이라며 “나이키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혁신을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