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을 이방인으로 소개한 콜린 마샬 작가는 10년차 서울살이 미국인이다. 미국에 살던 시절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뉴요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등에 꾸준히 한국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아직도 한국을 알아가는 중이다. 최근엔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 대해 쓴 ‘한국 요약 금지’를 출간하기도 했다.

마샬 작가는 한국인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며 불평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을 사랑하고, 서울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사람들은 서울로 모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인들은 항상 긍정적인 미래 의식을 한 켠에 갖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유난히 스스로 비판하려고 하는데, 그만큼 문제를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미국의 전성기가 1950년도라고 생각하고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한국인들 중 단 한 명도 1950년도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린 마샬 작가./민서연 기자

◇이방인이 느낀 서울 : 빠르고 거대한 공동체 도시

마샬 작가는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 머물면서 좋아했던 음식점들이 폐업하고 새로 들어서는 것을 수도 없이 봤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이날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던 카페도 폐업을 하게 돼서 급히 다른 장소로 변경했다. 그는 “여기 와서 만난 한국인들이 나중에 한번쯤 카페나 음식점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걸 많이 봤는데, 한국에서는 카페 창업에 좀 더 쉽게 도전했다가 (쉽게) 닫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외식업체를 차리는 것 자체가 일생의 꿈이나 목표라, 폭삭 망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대단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도 내비쳤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단지 아파트가 가격이 높을 수 있지만 생활환경을 생각해보면 아파트가 그렇게까지 비싸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대단지 아파트는 살기 너무 넓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산다. 특히 미국인들은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를 보면 디스토피아같다는 생각도 한다”며 “‘휴먼스케일(human scale)’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물리적 크기, 능력 및 한계를 기반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한다는 의미인데, 살기에 알맞은, 적합한 크기가 있다는 뜻이다. 대단지 아파트는 휴먼스케일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여전히 이질적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마샬 작가는 “외국인 친구들과 만나면 종종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리 오래 살고 한국어를 잘해도 한국인들의 사회에 한국인처럼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며 한국에서 외국인은 ‘결국 외국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영어 단어 ‘Foreign(외국의, 외국인의)’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국말이 유창해도 외국인, 이방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그는 일본인이야, 그녀는 한국인이야’라고 표현하지 ‘외국인이야’라고는 말하지 않는다”며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이 싫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인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콜린 마샬 작가. /어크로스 제공

◇매번 문제점을 찾는 한국, 그리고 국제화에 집착하는 한국

최근 첫 한국어 책의 출판과 더불어 다양한 인터뷰 요청 및 방송 제의를 받고 있는 마샬 작가는 어딜가나 한국인들로부터 공통적인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바로 한국의 문제점과 국제화 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한국에 살기 전에는 어떤 나라에 대해 비판하면 안다고 생각했으나, 한국인들은 이를 잘 수용한다고 했다.

국제화에 대해서는 좀 더 깊게 생각해보기를 권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화에 집착한다. 국제화한다는 게 뭘까? 국제화를 너무 좋은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모든 것에는 장단이 있기 마련”이라며 “솔직한 생각으로는 한국은 국제화할 수 없을 것 같고 국제화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받아들이고 보여주는 게 국제화라는 조언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건물은 ‘세운상가’다. 국내 최초 주상복합 아파트단지로 1967년 세워진 세운상가는 낡고 허물어져가는 건물이라 한국 젊은 세대에게도 낯선 장소다. 그는 세운상가를 수차례 가봤을 뿐만 아니라 건축가 고(故) 김수근씨에 대해서도 알고 있으며 외국인 친구들이 방문하면 반드시 데려가는 장소다. 그는 “세운상가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정말 흥미로운데, 한국의 근현대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라며 “방금 문을 연 새로운 식당 옆에 50년이 넘은 카페가 있고 앞 상가에는 수십년째 컴퓨터를 고치는 장인이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건물은 외국에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한국문화를 더 알리기 위해서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고 보여줄 수 있는 곳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경복궁도 덕수궁도 괜찮지만 고려, 조선시대 같은 역사를 잘 모르면 그냥 전통 건물일 뿐이다. 강남도 많이들 데려가던데, 미국 영국의 번화가와 똑같다”며 “내 외국인 친구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언급하는 한국은 종로의 오래된 길거리와 포장마차, 넓게 펼쳐진 지하보도”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살았던 LA에서는 비도 잘 오지 않고 좋은 날씨 특성 때문에 지하가 발달할 일이 없었으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지하로 길을 다니는 것에 ‘굳이?’라는 의문을 갖는다.

마케팅에서의 한국어 사용도 적극 권했다. 외국인들의 눈에 한국이 정말 특이하고 예쁘다는 것. 그는 2년 전에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봤던 현대자동차의 광고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단어 ‘와’를 활용한 자동차 광고였는데,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고 주위의 외국인들도 인상적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2000년대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만한 기관들이 없었는데 요새는 좀 더 생긴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 언어 마케팅 쪽을 지원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 캐나다 광고. /유튜브 캡처

◇한국의 사회적 문제, 다른 나라 통해 해결할 수 없어...한국다운 해결책 찾을 것

그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왜 한국만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다는 아쉬움도 더했다. 그는 “많은 한국인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교 문화는 세계 어느나라에 가도 존재한다. 사실 비교 문화만 보면 미국이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에도 카다시안 패밀리의 팬들이 굉장히 많고 그들처럼 허세를 부리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카다시안 패밀리는 호화로운 사치생활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일가족이다.

이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아 거의 20개에 가까운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비교 문화가 없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었다”며 “인간은 사회적 존재고 본능적으로 남들과 비교하려는 성격이 있다. 왜 한국만 그렇다고(비교가 심하다고) 생각할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저출생과 높은 자살율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두 문제는 연관이 깊고 분명히 심각한 문제지만, 전세계 선진국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인들만 쉽게 인정하지 않지만,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고, 지금 겪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은 보편적으로 선진국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한국인들은 사회문제가 있을때 다른 선진국들의 정책을 차용하려고 하지만 완전히 다른 사회의 정책이 한국에 맞을 수 없다. 한국만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취직을 해본 적도,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서 위계질서를 비롯해 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다양한 직업군의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을 좀 더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살면서 불행해보이는 한국사람들도 만났었는데, 뭔가 늘 생산적인 것을 해야한다는 압박 속에 살고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걸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개인들도 각자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면 조금 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