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마찰을 겪고 있지만, 테무·셰인과 같은 중국 신생 기업이 미국 내 입지 다지기에 나서면서 구글, 메타와 같은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이 수십억 달러의 광고비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테무는 구글에 광고를 쏟아붓고 있다. 패스트 패션 업체 셰인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의류와 액세서리 광고를 하는 중이다. 중국의 비디오 스트리밍 및 게임 앱 개발자들은 사용자 유인을 위해 페이스북, 엑스(X·옛 트위터), 유튜브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중이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테무. / AFP 연합뉴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는 최근 중국 기반 광고주가 매출의 10%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2년 전보다 약 두 배 증가한 수치로 2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타의 광고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해 전 세계에 140만개의 광고를 게재했다. 메타에는 최소 2만6000개 버전의 광고를 올렸다. 이마케터의 소매 부문 수석 분석가인 스카이 카나베스는 “테무와 같은 회사가 한 일은 광고비를 소방호스로 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테무, 셰인 등이 마케팅 공세에 나선 것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야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다 중국 경기가 좋지 않고, 정부 규제에 직면한 상태라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NYT는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한때 유명했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와 같은 기업에 대한 단속은 기업이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중국 공산당의 눈밖에 나면 기업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로벌화에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메타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디지털 세계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어렵다. 알파벳의 구글 검색, 유튜브, 구글플레이와 메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중국의 왓츠앱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이유다. 이들이 대부분의 인터넷 광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는 “알파벳과 메타는 전 세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중국 기업들이 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무와 셰인 등 저가를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회사는 미국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최근 몇 년 동안 가격 공세에 나서면서 소비자를 유혹했다. 테무는 2022년 9월 미국 사이트를 개설해 마늘 압착기는 2달러, 면봉은 1.5달러에 판매한다. 테무는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테무가 지난해 마케팅에만 30억 달러(약 3조970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12월 셰인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테무는 미국에서 매일 약 3000만명의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앱 분석 회사인 센서 타워에 따르면 테무 앱은 애플과 구글 앱 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다.

셰인은 7년 전에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셰인은 중국 난징에 설립됐지만 중국 판매자와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에서는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셰인은 검색결과 옆에 표시되는 제품 광고를 포함해 지난해에만 구글에 약 8만개의 광고를 게재했다. 메타에는 7000개 이상의 광고를 했다.

이처럼 테무와 셰인이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지만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약 10년 전 중국산 저가 상품에 초점을 맞췄던 전자상거래 앱 ‘위시’는 페이스북 광고에 수억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위시는 관심끌기에 실패했고 지난달, 싱가포르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큐10(Qoo10)에 2020년 공모 가격의 100분의 1인 1억7300만달러에 매각됐다.

NYT는 “테무 등 중국 기업이 미국 서비스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모습은, 양국이 디커플링하겠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중국 기업은 방대한 소비자층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실리콘밸리 기업은 새로운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