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개혁개방 이후 40년 동안 이어온 ‘중국 붐’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1978년 중국은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40여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그런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천안문) 성루 앞. /김남희 기자

부동산 경기가 식어버린 것이 이 같은 판단의 가장 중요한 근거다. 중국 경제 성장의 최대 동력은 인프라 투자였지만, 그 부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프라 투자는 중국 경제 발전의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지만, 이제 인프라 건설 여지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특히 아파트는 너무 많이 건설돼 유령 아파트가 나올 지경이다. 중국 서남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아파트 5분의 1이 비어 있으며, 이는 약 1억3000만 채에 달한다.

한때 중국 최대의 부동산 개발업체였던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 가든)이 최근 채권에 대한 이자 상환을 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것이나, 앞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가 가 미국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와 맞물려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4% 미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런던에 있는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2019년 5% 대였던 중국의 성장률이 3%대로 줄어들 것이며, 2030년에는 2%대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중국은 2020년 시진핑 주석이 설정한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의 저성장 터널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일본은 부둥산 버블이 붕괴함에 따라 지난 1990년대 약 10여년 간 초장기 침체를 맞이해야 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것은 물론 인구도 줄고 있어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부동산 개발사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장쑤성 전장에 건설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난해 10월 31일 촬영한 사진.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과 패권전쟁으로 경제 여러 부분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성장이 앞으로 더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 위기 전문인 아담 투즈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 는 “우리는 경제 역사상 가장 극적이었던 중국 경제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과도한 인프라 투자는 정부를 빚더미에 올려 놓았다. 국제결제 은행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3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200%보다 더 높은 것이다.정부의 빚이 쌓이자 공격적인 인프라 건설에 나서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시작됐다. 중국 발전의 세기가 끝나가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중국 경제의 약화는 시진핑 주석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는 지지를 만회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더 억압적인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고, 여론몰이를 위해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