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밀수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 붐이 일면서 첨단 반도체 수요는 늘었지만, 미국의 제재로 수급이 어렵게 되자 밀수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엔비디아와 AMD가 만드는 특정 반도체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AI 시스템을 훈련하기 위해 관련 밀수 시장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도매시장이 위치한 중국 선전 화창베이. / 로이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도매시장이 위치한 중국 선전 화창베이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 ‘A100′은 12만8000위안(약 231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엔비디아 공직 소매가인 1만달러(약 1307만원)보다 비싸다. AI 스타트업이 많이 위치한 중국 상하이 인근에선 A100가 13만~15만위안(약 2348만~2709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도록 하면서 중국 기업은 엔비디아가 2020년 출시한 반도체 A100은 물론 지난해 3월 출시한 H100을 사용할 길이 막혔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엔비디아 최첨단 반도체가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SCMP는 “지난 몇 달 동안 중국 거대 기술 회사가 엔비디아의 A800을 대량 구매하면서 중국 내에서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밀수 시장에서 거래되는 A100, H100 가격이 뛰어올랐다”고 설명했다. SCMP는 “중국에서 밀수한 최첨단 반도체 수요가 높다는 것은 중국 내에 엔비디아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대체재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