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의 과일 코너. 평소 두리안을 진열해놓던 자리에 수박이 쌓여 있었다. 점원은 “요즘 두리안은 들어오는 즉시 나간다”며 “지금은 잘 숙성된 두리안이 많지 않은 시기인데, 두리안을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수요만큼의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언제쯤 두리안이 또 들어오냐는 질문엔 “시간이 좀 지나야 할 것”이라고만 했다. 같은 날 또다른 슈퍼마켓은 두리안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이곳 직원 역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이 확 줄었다고 했다.

열대과일 두리안은 맛이 달콤해 ‘과일의 왕’으로 불린다. 하지만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악마의 과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 두리안이 중국의 ‘국민 과일’이 됐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두리안 껍질을 깠을 때 과육이 많은 두리안을 골랐는지 여부를 인증하는 ‘두리안 랜덤박스’ 열풍까지 불면서 품귀·가격급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저렴한 가격과 충분한 물량 등 ‘두리안 자유’를 확보하겠다며 직접 재배까지 나서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두리안./이윤정 기자

1일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분기 총 9만1400t의 생두리안을 수입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4% 증가한 수준이자, 지난 5년간의 1분기 중 가장 많은 양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난 35억위안(약 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4월 한 달 사이에만 12만9700t(톤)의 두리안이 추가로 들어왔다. 2019년부터 체리를 제치고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과일이 된 두리안은 연간 80만t 넘게 중국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두리안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망은 “지난 노동절(5월 1일) 연휴까지만 해도 100위안에 두리안 한 통을 살 수 있었지만, 불과 몇 주 사이에 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4월 말부터 전국 두리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2주 전까지만 해도 태국산 두리안의 소매가는 500g당 33위안을 넘지 않았는데, 지금은 50위안 이상”이라고 했다. 품종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현재 베이징에서는 1.5kg짜리가 200~300위안대, 2kg 이상짜리가 300~400위안대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온·오프라인 슈퍼마켓에서는 두리안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중국 최대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플랫폼인 허마셴성(盒馬鮮生)에서는 최근 한때 두리안이 모두 품절됐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항저우의 한 과일가게 주인은 “(다른 품종 대비 냄새가 적은) 태국 두리안은 도매 시장에도 재고가 없다”며 “지금 팔고 있는 것은 상표가 없어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두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두리안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두리안 자유를 빼았겼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두리안 랜덤박스' 열풍이 불고 있다. 두리안마다 과육 크기와 개수 등이 다른 데서 착안한 것이다./웨이보 캡처

최근 들어 두리안 수요가 급등한 것은 ‘두리안 랜덤박스’가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두리안은 가시가 돋아있는 두꺼운 껍질을 까야 과육이 나오는데, 이 과육의 모양과 크기, 무게가 천차만별이다. 이에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두리안 랜덤박스 함께 풀기’, ‘두리안이 주는 하루의 즐거움’ 등의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현상 덕에 중국 식품 배달 플랫폼 메이퇀 마이차이(美团买菜)는 4월 1일부터 5월 중순까지 두리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11% 폭등했다고 밝혔다.

두리안 인기가 수년째 지속되자 중국은 ‘두리안 자유’를 확보하겠다며 국내산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동남아와 가까운 중국 최남단 섬 하이난을 중심으로 두리안 재배를 시도했지만, 기후 등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CCTV에 따르면, 하이난은 6월 약 2450t 물량의 첫 두리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중국산 두리안이 당장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태국산 등에 비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데다, 두리안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제한적이라 두리안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중국은 당분간 세계 두리안 시장의 ‘큰손’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두리안 총 수출량은 205만t(100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지난해 82만5000t(40억3000만달러)의 두리안을 수입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세계 두리안 소비 점유율은 4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