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달러화가 적정가치보다 15% 정도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한 1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달러 가치가 적정 가치 대비 5~15% 높은 데 반해 주요국 통화 가치는 달러 대비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유로화의 경우 적정 가치보다 약 8% 낮고, 일본 엔화와 호주 달러화는 각각 20% 정도 평가 절하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고평가된 달러 가치가 향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먼저 달러 가치의 하락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중단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긴축 기조를 중단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서 촉발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으로 이어진 은행 위기도 달러화 가치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향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달러화 가치 조정의 변수로 꼽힌다. 지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1.1%(연율 환산 기준)로 시장 전망치인 2%나 직전 분기 수치인 2.6%를 크게 하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내년도 성장률이 1.1%로 둔화하고, 유로존(1.4%)과 중국(4.5%)도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다만 “문제는 달러가 위기 때마다 선호되는 안전 자산이란 점”이라며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이 높고 은행 부담이 크게 악화되면 미 달러화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은 과거 4차례에 걸친 연준의 긴축 사이클에서는 마지막 금리인상 직후 3~4개월 약세를 보인 뒤 결국 강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시장은 유로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유로당 달러 가치는 지난해 9월 27일 0.9596달러에서 지난 1일 기준 1.0970달러로 8개월 만에 14.3% 치솟았다. 아문디자산운용은 올해 유로화가 7% 넘게 추가 상승해 유로당 1.18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