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유럽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크레디트스위스(CS)를 같은 스위스 출신 ‘동향 라이벌’ UBS가 인수하기로 했으나 은행권으로 리스크 확산 가능성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인수 발표 직후 첫 거래일인 이날 CS의 주가는 72% 급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입구.

CS의 주식 가치가 일부 손실을 본 가운데 이번 인수로 UBS의 주식 가치도 하락할 수 있다는 압박이 이어졌다. 특히 CS가 발행한 후순위채의 일종인 AT1 채권의 가치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이와 관련한 위험에 노출된 은행주가 하락했다. UBS와 CS가 포함되지 않은 유로스톡스 은행 지수는 5%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22% 하락한 1.06406달러에 거래됐다.

스위스금융감독청(FINMA)은 전날 UBS의 CS 인수와 관련해 “CS의 채권 가운데 160억스위스프랑(약 173억달러·약 22조4700억원) 규모 AT1을 모두 상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CS의 ATI을 회계상 손실처리, 채권 가치가 사실상 ‘제로’가 됐다는 의미다. 주식보다 위험성이 낮은 채권에서 이례적인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것.

이에 따라 자칫 보유 채권 손실과 AT1 채권 위험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 심리가 위축돼 회사채 전체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017년 스페인 방코 포퓰라가 발행한 AT1 채권이 손실을 입었으나 그 규모는 13억5000만 유로(1조8781억 원)에 그쳤다.

현재 핌코, 인베스코, 블루베이펀드 등을 비롯한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CS AT1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UBS의 CS 인수 결정 이전에 AT1 보유량을 축소하거나 전량 매각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20일 오후 5시 30분(한국 시각) 유로스톡스50 지수는 55.60포인트(1.37%) 하락한 4,009.39를 나타냈다.프랑스 CAC40 지수는 1.46% 내린 6,824.18을, 이탈리아 FTSE MIB 지수는 2.22% 내린 24,928.87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1.35% 하락한 7,236.14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1.57% 하락한 14,536.94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