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왼쪽)와 호주 국기가 나란히 게양된 모습. /트위터 캡처

호주 보수당 집권 시절 경색됐던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풀릴 조짐이 나타나면서 호주 기업들이 중국 수출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호주 수출업체와 중국 수입업체들 간에 교류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는 화웨이 관련 분쟁과 코로나19 기원 조사 문제 등으로 극심하게 대립하다가 지난 2020년 중국이 호주산 상품에 대한 무역규제를 실시하면서 ‘무역 전쟁’이 일어났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중국에 비교적 우호적인 호주 노동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11월 양국 외교·통상장관 회담까지 이뤄지면서 무역 정상화가 가속하는 분위기다.

호주임업제품협회(AFPA)의 최고경영자(CEO) 빅터 비올란테는 중국에 대한 원목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중국 고객사들과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분쟁 이전까지 연간 6억 호주달러(약 5321억원) 가량의 원목을 중국에 수출했으나, 지난 2020년 12월 호주산 원목에서 살아 있는 산림해충이 검출됐다는 중국 해관총서(세관)의 발표 이후 수출이 중단됐었다. 비올란테는 3개월 또는 6개월 안에 원목 수출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일부 무역상들은 중국 당국의 무역규제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적극적인 수출에 나서고 있다. 중국 당국이 2년 만에 호주산 석탄 수입을 일부 허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주산 석탄을 실은 화물선 최소 15척이 이미 지난달 말 중국을 향해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비공식적인 무역규제 속에 당국의 눈치를 보던 중국 내 면화 수입업체들도 호주산 면화 수입에 착수했다.

로이터는 곡물·철광·천연가스 수출 지역인 서호주(WA)주의 주도 퍼스에 주재하는 중국 영사 룽딩빈이 이번 달에만 8차례에 걸쳐 현지 정치인·기업인 단체와 만났으며, 마크 맥고완 주 총리가 이번 달 중국을 방문하는 등 양국 무역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호주와 중국의 무역 관계 정상화의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우선 호주는 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영국과 함께 오커스(AUKUS) 안보동맹을 강화하고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국방력을 늘리고 있어 중국이 반발할 수 있다.

로이터는 또 호주 정부가 중국과 무역 관계 정상화를 바라고 있지만, 안보·인권 등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양국 무역 관계 개선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호주산 보리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놓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분쟁 절차가 진행되는 점, 지난달 말 호주산 석탄을 실은 화물선이 중국에 하역하지 못하고 5일간 중국 해역에서 대기하다가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는 등 중국의 행정절차가 지연되는 점도 장애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무역이 재개돼도 많은 기업이 예전처럼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확대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