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국가 부채 한도 상향을 놓고 대치 중인 가운데 미국 의회가 국가 부채 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이르면 오는 7월 미국 연방 정부의 현금 보유액이 바닥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싱턴의 초당적 싱크탱크인 ‘바이파티산 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이하 BPC)’는 이날 올해 여름이나 초가을에 미국 연방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BPC는 “미 연방정부의 국가부채 한도가 상향되지 않으면 7~9월에 현금이 바닥나는 ‘X 데이트’가 도래할 것”이라며 “재무부가 징수하는 세수 금액에 따라 X 데이터의 정확한 날짜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1주년을 앞두고 폴란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바르샤바 왕궁 정원의 쿠비키 아케이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샤이 아카바스 BPC 경제정책 담당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6월 초부터 중순 사이에 연방정부의 현금 보유고가 바닥에 가까워지면서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미국의 현재 경제 전망이 상당히 불확실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X 데이트가 언제 발생할지 확실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 정치권은 미국의 국가부채 상향에 대한 초당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회예산국은 X 데이트가 7~9월 사이에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BPC는 이보다 일찍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미국 국가부채 한도 상향 논란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1월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에 “미국 부채가 오는 19일 자로 법정 한도(31조4000억 달러·3경8722조4800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국가부채 상한선을 법률로 정한다. 이 때문에 부채가 상한선에 가까워지면 의회가 한도를 늘리는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디폴트에 빠진다. 미국 예산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 연방 부채는 30조9289억 달러(약 3경8141조5195억 원)다.

미국 정부가 국가부채 한도제도를 도입한 것은 1939년이다. 제도 도입 이후 미국이 디폴트를 한 적은 없다. 미국은 90차례 이상 부채 한도를 상향하며 국가 부도를 막았다.

물론 미국에서 부채 상한 논쟁은 종종 벌어졌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지난 2011년 국가부채 상한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2011년 3분기 미국 연방 부채는 14조7903억 달러(약 1경8239조3980억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94.52%였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국가 부채 상한을 놓고 대치했고,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과 주택 구입자의 차입 비용이 늘었다. 당시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우량인 ‘AAA’에서 ‘AA+’로 처음으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