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는 독일차와 달리 한국차 등은 중저가에 형성돼 있어 자칫 저렴한 중국차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 전기차 시장을 중국이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중국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311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11월까지 320만대를 수출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중국차 수출은 2021년 201만대에서 54% 늘었다. 중국식 친환경차인 신에너지차(전기차와 충전식 하이브리드)가 전년 대비 120% 증가한 68만대로 집계되며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이외 3위부터는 멕시코(284만대), 미국(270만대·추정), 독일(261만대), 한국(230만대·잠정)이 뒤를 이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의 준중형 세단 '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약진에 대해 블룸버그는 “세계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고 경쟁국과의 새로운 긴장을 촉발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에 앞선 중국의 수출은 기존 자동차 대기업에게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 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800만대의 자동차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신에너지차를 앞세워 유럽 등으로 시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진출은 중국 기업들의 오랜 목표였지만, 2007년 안전 테스트 통과 실패로 희망이 무너지는 듯 했다”며 “그러나 중국차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유럽 안전 테스트를 통과하기 시작했고,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의 엄격한 규제도 유럽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실제 2016년 중국차 수출 주요 국가는 이란·인도·베트남·미국·이집트 등이었지만, 작년에는 벨기에·칠레·호주·영국·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나타났다. 신에너지차 수출이 증가하면서 유럽 등으로 수출국이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1년 EU로 수출된 중국차는 전년 대비 156% 증가한 43만5000대에 달했다.

중국차의 수출 증가는 특히 한국과 일본 등에 치명적 위협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독일차의 경우 고급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중국차와 시장이 겹치지 않지만, 한국과 일본차는 고급차 시장에서 독일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21년 수출된 중국차의 평균 가격은 약 1만3700달러(약 1683만원)로 독일차의 3분의 1 수준이며, 일본차보다 30% 저렴하다”며 “중국차가 독일차보다 저렴한 한국 및 일본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다.

특히 중국의 신에너지차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데 대해 국내에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022년 중국 자동차 글로벌 시장 수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차 수출이 급증해 우리 수출확대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중국업체들은 정부 지원 등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과 현지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외투 기업의 국내 생산시설 유치 및 국내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한 전폭적인 인센티브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