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중국 엔지니어와 현지인이 철로를 살피고 있다 /로이터통신

중국이 아프리카에 과도한 대출을 하고는 이를 회수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서 벗어나려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손을 뻗쳐 투자를 크게 늘렸는데,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대출 규모가 과도해져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텀하우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부채는 지난 2020년 기준 6960억달러 수준으로 2000년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중 중국이 대출한 자금은 12%인 835억 달러(약 108조원)수준으로 아프리카의 최대 채권국이 됐다. 국가별로는 ▲앙골라 426억 달러 ▲에티오피아 137억 달러 ▲잠비아 98억 달러 ▲케냐 92억 달러를 대출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대출 행태가 아프리카의 자산을 몰수하려는 정교한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초기 단계에서 과도한 대출로 스스로 부채의 함정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채무국들의 부채 상환 의지가 부족할뿐더러 이미 다른 나라들에 많은 부채를 짊어진 국가들에 돈을 빌려주는 우를 범했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장기화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으로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하며 대출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전략이 초기의 ‘과도한 대출’에서 ‘계산된 사업’ 내지 ‘지정학적 의사 결정’으로 선회했으나, 대출금 회수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채무 문제를 확대시킨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다.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현대판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온 대외 경제 전략으로, 저개발국의 풍부한 자원을 중국 자본으로 개발해 서로 경제 발전을 도모하자며 아프리카 등의 관련국들의 광산과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주로 자금을 지원해왔다.

문제는 중국은 해당국에 수익 전망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일대일로 사업과 그에 따른 대출을 두고 중국의 ‘채무 함정 외교’라고 비판했지만, 보고서는 그보다는 중국이 아프리카 투자의 ‘경제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사례로 판단했다.

중국은 양자 접촉을 통해 아프리카 대출금을 회수하려고 노력해왔지만 대출금을 아예 떼일 상황이 되자, 최근에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부채 회수에 나서는 전략으로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