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엔화 가치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 시각) 엔화 강세 현상이 금융완화·초저금리 정책의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교도통신 보도에 시장이 기대감을 보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개장 초 0.6% 떨어진 달러당 135.79엔까지 하락했으며,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오전 9시 현재 달러당 136.57엔을 나타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발맞춘 대부분의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자 엔화는 올해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이런 가운데 교도통신은 지난 17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하는 내년 4월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약 10년간 추진해온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두 번째로 집권한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 정부와 일본은행이 발표한 공동 성명을 처음으로 개정할 방침을 굳혔다는 것이다. 2013년의 성명은 물가 상승률 2%를 가능한 이른 시기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그동안 일본은행이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근거가 됐다.

교도통신은 최근 급속한 엔화 가치 하락으로 고물가가 지속되자 정부가 정책 선회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또 2013년 3월 취임해 대규모 금융완화를 끈질기게 밀어붙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대신할 새 총재가 내년 4월 9일 임기를 시작하면 기시다 총리가 공동 성명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하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대규모 금융완화의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례적인 엔저(엔화 가치 하락)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20일 32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고, 이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3.6% 올라 40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