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던 과열된 노동시장이 진정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지표가 연달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을 인용해 11월 미국 기업들의 민간 고용이 12만7000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0월 민간 일자리 증가폭(23만9000개)의 거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으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으며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0만 개)도 크게 하회한 수치다.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 분야는 ▲제조업(10만 개) ▲전문사무서비스업(7만7000개) ▲금융업(3만4000개) ▲정보서비스업(2만5000개) 등이며, 레저·접객업에서는 오히려 22만4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의 10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따르면, 기업들의 10월 구인건수도 1030만건으로 전월보다 35만3000건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시장 전망치와 대체로 일치한 수준이다. 기업들이 채우지 못한 빈 일자리를 뜻하는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 비율은 지난 9월 2배로 치솟았으나, 10월에는 1.7배로 다소 줄어들었다.

다만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의 임금은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ADP에 따르면 11월 민간 기업들의 임금은 전년 동월보다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10월(7.7%)보다 약간 내려간 수준이다.

자발적 퇴직자 수는 전월보다 3만4000명 감소한 402만6000명으로 집계됐고, 퇴직률은 2.6%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의 노동자들이 현재 일자리를 떠나기를 꺼린다는 의미로 구직이 어려워졌음을 시사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발표된 지표들이 과열 상태였던 미국의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계속 단행하다보니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운 결과다.

이같은 노동시장의 진정세는 이른바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아마존·메타 플랫폼·트위터·HP·리프트 등이 감원 의사를 밝힌데 이어, 배달 서비스업체 도어대시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8600명 중 1250명의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암호화폐거래소 크라켄도 이날 코인 시장 침체와 FTX 파산신청 사태 여파로 글로벌 직원 중 30%에 해당하는 11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CNN 역시 해고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합친 미국의 전반적인 고용 현황을 보여주는 보다 정확한 지표는 2일 공개될 예정인데,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발표하는 11월 고용상황 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20만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0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은 26만1000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