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로 전력난에 시달리는 스리랑카가 관광 산업에 전기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고 AFP 통신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해 외화를 확보하고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관광 산업은 해외 근로자 송금, 의류 산업과 함께 스리랑카의 3대 외화 수입원 중 하나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2%를 차지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스리랑카 남부의 우나와투나 해변.

스리랑카는 기름 부족 등으로 발전소를 정상 가동하지 못해 현재 하루 두 시간 반씩 순환 단전을 하고 있다. 올 초 전력난이 극심할 때는 일부 지역의 하루 단전 시간이 13시간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우기를 거치며 수력 발전 상황이 개선됐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외화 부족난도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9월 IMF와 29억 달러(약 3조7천7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 실무진급 합의를 이뤘고 이제 주요 채권국과 채무 재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AFP에 따르면, 하린 페르난도 스리랑카 관광부 장관은 이날 “전반적으로 (전력) 상황이 좋아졌다”며 남부 해안 등 지정된 관광지의 리조트에는 순환 단전 없이 계속 전력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관광산업 진흥 조치를 통해 올해 75만 명 수준인 해외 관광객 수를 내년에는 150만 명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관광 분야 외화 수익을 올해 20억 달러(약 2조6천억 원)에서 내년 5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로 늘릴 계획이다.

스리랑카의 관광산업은 지난 몇 년간 연이은 대형 악재에 시달렸다. 2019년 4월 수도 콜롬보 등에서 ‘부활절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270여 명이 숨지자 한동안 외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었다.

이후 조금씩 살아나던 관광 경기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주저앉았다.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내 정치 불안 등으로 관광산업이 더욱 휘청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부채가 급증했고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이 발생했다.

생필품 부족난이 심각해졌고 물가는 폭등했다. 지난 5월부터는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현재 스리랑카의 대외부채 규모는 510억 달러(약 6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80억 달러(약 36조4000억원)는 2027년까지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