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가 총 13회 등장했다. 9월 베이지북(10회)보다 언급이 늘었다.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본부 건물.

미국 연준이 연 총 8차례 펴내는 베이지북은 연준 산하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경제 상황 의견을 취합한 경제 동향 보고서다. 노동시장, 가격은 물론 소비자지출, 제조업, 서비스, 부동산·건설업 등 다양한 분야의 상황을 담는다.

연준의 10월 베이지북은 9월부터 10월 7일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다음 달 1∼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연준은 이번 베이지북에서 “여러 분야에서 노동 수요가 얼어붙었다고 우려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기업들이 불경기 우려 속에 신규 채용을 망설이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9월 베이지북에서 연준은 “고용은 대부분 지역에서 적당한 속도로 증가했다”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실업률 3.5%)다. 이는 연준이 미국 경제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버틸 수 있다고 보는 주요 근거였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의 침체는 연준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근거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노동 수급 일치를 강조해 왔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는 “경제 둔화로 노동 시장 여건이 일부 완화하고 공급 측면에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라고 했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은 보고서 곳곳에 언급됐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은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며 경기 전망이 보다 비관적이 되고 있다고 했고, 필라델피아 연은도 완만한 고용 증가 속 경기 침체 언급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시카고 연은 역시 향후 경기 침체 가능성에 관한 우려 속에서 향후 몇 달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는 전언을 내놨다. 댈러스 연은은 수요 약화와 침체에 대한 공포로 채용 둔화에 관한 보고가 곳곳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전역을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12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연방준비구’로 나눠 각 지구마다 연방준비은행(연은)을 두고 중앙은행의 역할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통화 긴축을 중단하거나 완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11월 FOMC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94.5%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이날 10.1% 오르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영국 9월 소비자물가와 함께 시장에 반영, 기준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를 14년 만에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한편 이번 베이지북에서 소매 지출은 비교적 보합으로 평가됐다. 다만 자동차 판매의 경우 재고 문제 및 높은 가격, 금리 인상으로 여전히 부진하다고 평가됐다. 반면 레저 활동과 출장 재개 등에 힘입어 여행 활동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서 공급망 혼선 완화로 유지·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비금융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으며, 모기지 금리 인상 및 가격 상승으로 주택 판매는 약화했지만 아파트 임대 등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