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정책을 주도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이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 업체를 설득해 미국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6일(현지 시각)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대만 반도체 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최고경영자(CEO) 도리스 수와 한시간 가량 통화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WSJ에 따르면, 수 CEO는 당시 러몬도 장관에 건설 비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한국에 신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러몬도 장관은 수 CEO에 “계산을 해보자”며 설득했고 결국 2주 뒤 글로벌웨이퍼스는 50억 달러를 투입해 15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텍사스주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의 투자”라며 “미국이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특정 기술 분야를 지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전직 국가안보 고위 관료들과 접촉,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뒷받침한 사실도 뒤늦게 털어놨다.
경호팀원으로부터 H.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팟캐스트에 나와 자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맥매스터를 포함한 4명의 트럼프 전 행정부 관리들을 초청해 반도체법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초당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 이후 넉 달 뒤 반도체법은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의 지지에 힘입어 상원 문턱을 통과했다.
WSJ는 러몬도 장관이 이끄는 상무부가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서 ‘운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미 무역대표부(USTR)이 무역협정 문제를 주로 책임져왔지만 반도체 투자부터 공급망 협력 이슈까지 상무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