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정책을 주도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이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 업체를 설득해 미국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를 방문한 박진(왼쪽) 외교장관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6일(현지 시각)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대만 반도체 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최고경영자(CEO) 도리스 수와 한시간 가량 통화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WSJ에 따르면, 수 CEO는 당시 러몬도 장관에 건설 비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한국에 신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러몬도 장관은 수 CEO에 “계산을 해보자”며 설득했고 결국 2주 뒤 글로벌웨이퍼스는 50억 달러를 투입해 15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텍사스주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어 “우리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미국에서의 투자”라며 “미국이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특정 기술 분야를 지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전직 국가안보 고위 관료들과 접촉,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뒷받침한 사실도 뒤늦게 털어놨다.

경호팀원으로부터 H.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팟캐스트에 나와 자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맥매스터를 포함한 4명의 트럼프 전 행정부 관리들을 초청해 반도체법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초당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 이후 넉 달 뒤 반도체법은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의 지지에 힘입어 상원 문턱을 통과했다.

WSJ는 러몬도 장관이 이끄는 상무부가 중국의 지정학적 야심과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서 ‘운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미 무역대표부(USTR)이 무역협정 문제를 주로 책임져왔지만 반도체 투자부터 공급망 협력 이슈까지 상무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