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인민은행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2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7개월 만에 3.70%에서 3.65%로 0.05%포인트 인하했다. 또 5년 만기 LPR도 4.45%에서 4.30%로 0.15%포인트 내렸다.

LPR는 정의상 18개 시중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해 평균 낸 수치를 뜻하지만, 인민은행은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사실상 LPR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는 중국의 사실상 벤치마크 자금조달 비용으로 간주됐다. 1년 만기 LPR은 대부분 신규 대출과 미지급 대출,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기준으로 적용된다.

인민은행은 지난주에도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2.85%에서 2.75%로 낮춰 시장에서는 LPR 금리도 내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앞다퉈 금리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중국이 오히려 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지난 봄 코로나19 방역과 소비·부동산 시장 냉각에 따른 경기 침체 조짐 때문이다. 또 대만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마찰이 커지는 국제 정세도 고려됐다.

블룸버그는 애초 1년 만기 LPR의 경우 0.10%P 인하가 예상됐으나, 인하폭이 작았다고 분석했다. 화교은행의 중국 연구 책임자인 토미 셰는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택 판매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추가 대출로 부동산 시장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경기 침체로 위축된 기업과 소비 심리를 강화할 목적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한 것으로 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셰나 웨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인하조치로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지급이 줄어 부채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완화되고 새 대출의 이자를 낮추게 될 것”이라며 “1년 만기 LPR보다 5년 만기 LPR 인하 폭이 훨씬 큰 이유는 인민은행이 주택시장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금리 인하 조치가 부동산 업계 지원을 위해 정책은행을 통한 특별 대출을 제공할 것이라는 지난 19일 인민은행과 재정부, 주택·도농건설부(이하 주택부)의 공동 성명에 이어 나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19일의 조치가 최근 부동산담보대출 상환 거부 등으로 인해 문제가 된 주택들이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넘겨질 수 있도록 부동산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라면, LPR 인하 조치는 대출자와 업계를 모두 겨냥한 지원책이라는 것이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의 선임 중국전략가인 싱자오펑은 “LPR 인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번) 인하 규모가 금융 수요를 자극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1년만기 LPR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이런 조처가 세계적 금리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 위안화 가치와 주가 하락은 물론 자본 유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