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7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71% 급등했다고 독일 DPA통신이 아르헨티나 통계청의 발표 내용을 인용해 1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71%의 연 물가 상승률은 1992년 1월(76%)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7월 월간 물가상승률은 7.4%였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난 4월 13일(현지 시각) 시민들이 물가 급등에 항의하며 정부 지원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달 초 취임한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강경한 인플레이션 대처 의지를 밝혔지만 연말에 세 자릿수 물가 상승률은 피할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통계청의 물가 발표가 나오기 직전 기준금리를 69.5%로 대폭 인상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서명하면서 물가 상승률 이상의 기준금리를 합의 사항 중 하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앞서 지난달 28일 연 52%였던 기준금리를 연 60%로 인상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수년 간 연 두 자릿수의 살인적인 물가 급등이 이어지고 있다. 고질적인 경제 구조 문제에 더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글로벌 악재가 더해진 데다 한 달 만에 경제장관이 두 번이나 교체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지난달 초 마르틴 구스만 전 경제장관이 물러나고, 후임 실비나 바타키스 전 장관 역시 시장 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물가는 요동쳤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아르헨티나에선 ‘물건을 사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이기는 방법’이라는 신조가 생겨났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페소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쓰는 게 좋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경제학자인 에두아르도 레비 예야티 미 하버드대 초빙교수는 “페소화로는 여행을 가거나, 집을 고치거나, 물건을 사는 게 낫다”며 “그렇지 않고 은행에 넣어 두면 돈을 매일 잃는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