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값이 폭등하고 장바구니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멕시코로 이주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코로나 이후 재택 및 원격 근무가 확산한 것도 이런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

멕시코 티후아나의 거리 풍경. /트위터 캡처

NYT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국경을 맞댄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주하는 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며 6세 때 미국에 이민 온 구스타보 갈베즈(37)의 이야기를 소개했다.지난해 가족과 함께 티후아나로 이주한 갈베즈는 NYT에 “샌디에이고에 집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면서 “몇 년간 멕시코에서 살면서 돈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기준 평균 3772달러(약 494만원)였다. 미국 전국 평균 월세는 지난 5월 2000달러(약 262만원)를 돌파했다. 티후아나 아파트 월세는 400~1000달러(약 52만~130만원)이고, 소비자 물가도 샌디에이고보다 60% 이상 저렴하다.

조디 실리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2018년 샌디에이고에서 티후아나로 이주해 월세 700달러(약 92만원)를 내고 2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국경을 넘어 출근하거나, 코스트코에서 쇼핑하고 돌아온다”며 “이사 온 뒤 4만달러(약 5200만원)를 저축했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인 이주자가 늘면서 티후아나 물가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 현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인근 지역 임차료는 지난 10년간 2배로 뛰었고, 토지 가격은 3배 올랐다.

여기에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임차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으로 출근하려는 이들이 국경으로 몰리면서 교통 체증도 극심해졌다. 곤잘로 만리케 티후아나 파시피코대 교수는 “하루에 5~6시간을 도로 위에서 허비하는 것은 이들의 ‘아메리칸드림’이 아니다”라고 했다.